피아노 연주자 칙 코리아와 드럼 연주자 스티브 갣이 함께 했다. 두 연주자는 성향이나 지명도로 보아 함께 할 기회가 많았으리라 생각되지만 의외로 피아노 연주자의 1976년도 앨범 <My Spanish Heart>에 드럼 연주자가 게스트로 등장한 것 외에는 함께 한 적이 없다.
앨범을 듣기 전에 나는 두 연주자의 만남이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에 바탕을 둔 음악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두 장의 CD에 담긴 음악은 그렇지 않았다. 그 보다 훨씬 전인 리턴 투 포에버 시절의 음악에 기원을 두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물론 일렉트릭 밴드나 리턴 투 포에버 모두 퓨전 재즈의 한 획을 그은 음악을 선보였던 만큼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밴드의 촘촘한 사운드를 지향하면서도 라틴적인 색채감, 자유롭고, 그만큼 풀어져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상상력을 표출한 음악은 일렉트릭 밴드보다는 리턴 투 포에버에 더 가깝다 생각한다. 특히 수록 곡 중에 “A Spanish Song”과 “Return To Forever”가 있다는 것이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고 두 연주자가 70년대의 향수에서 앨범을 녹음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그냥 공연으로 끝냈을 것이다. 스티브 윌슨(색소폰, 플루트), 리오넬 루에케(기타), 칼리토스 델 푸에르토(베이스), 필립 베일리(보컬) 등과 함께 두 연주자는 70년대 퓨전 재즈의 어법이 지금도 매력적임을 보여주는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시대의 간극을 넘어 마치 밴드가 수십 년간 지속되며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 끝에 도달한 현재의 퓨전 재즈를 보여준 것 같다.
실제 밴드의 음악은 70년대 리턴 투 포에버의 영광을 해치지 않는다. 그보다 나은 세련됨마저 느끼게 한다. 드럼, 건반, 보컬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이국적인 공간감을 만들어 내는 “Return To Forever”, “Wake Up Call”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한편 “Chick’s Chums”같은 곡은 펑키한 맛이 현재성을 보이면서 사운드의 질감이 미묘하게 70년대를 그리게 한다. 이런 것이 노려함이 아닐는지.
매우 주관적인 예측이지만 매력적인 음악임에도 이러한 앨범은 일회적이거나 조금은 시간이 흐른 후에 새로운 앨범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다음 해에 바로 두 번째 결과물이 나오면 그 완성도와 상관 없이 덜 관심을 받지 않을까? 어쨌건 과거에 기댄 음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 말이다. 이것은 이미 일렉트릭 밴드의 2000년대 앨범을 통해서 경험했던 부분이다.
칙 코리아의 신보네요! 기복없는 상상력과 테크닉은 정말 살아있는 공룡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제 여든이 되어가시는데 늘 리턴투포에버 하시네요.ㅎ 제가 정말 좋아하는 Three Quartets에서도 둘이 함께했었죠. 마이클 브랙커와 에디 고매즈와의 전쟁같은 연주가 귀에 쟁쟁한데 다시 만난 모습에 흥분이 됩니다. 칙 코리아는 또 미스테리한것이 어떻게 다이어트에 극적으로 성공하셨는지 요즘 사프한 모습을 보면 정말 외계인이 아닐까 그런 느낌도 들어요.^^ 한창때에 함께한 뮤지션들을 차례로 만나는 모습이 단순히 회고적인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열정을 보여주기에 이번 앨범도 큰 기대가 됩니다.
많이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앨범에 따라 좋아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해서 말이죠. 아무튼 그런 중 이번 앨범 참 마음에 듭니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정말 잘 한 연주라 할까요? 두 장이라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음악이 주는 만족은 대단했습니다.ㅎ
저는 특이하게 재즈를 칙 코리아로 시작을 했습니다^^; 고교시절 아는 형님이 강추해서 반강제로 외우듯이 들었던게 게리 버튼과의 취리히 콘서트와 리턴투포에버.. 패티투치-웩클의 어쿠스틱밴드 였었지요. 첫 만남 이후로 2~30년 지났는데도 들을때마다 어쩐지 고향집 느낌인데 그것이 칙 코리아라서 이건 좀 특이한 경우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그럴 수도 있지요. 다 첫 경험은 다를 수 있지 않습니까? ㅎ 게리 버튼과 칙 코리아 듀오, 리턴 투 포에버로 시작하셨다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