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성지선 베이스 연주자 백용훈 드럼 연주자 김선호로 이루어진 지선 트리오의 첫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 트리오는 개개인의 연주력보다는 곡마다 설정된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에 더 많은 공을 들인 듯하다. 아니면 첫 앨범을 준비하며 트리오가 함께 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트리오의 연주는 비행기처럼 매우 차분하게 주어진 길을 차분히 순항한다. 앨범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타이틀 곡에서도 트리오의 움직임은 견고하다. 그 결과 음악적 이미지가 선명한 것이 장점으로 드러난다. 일상의 단면들을 악보로 옮겼다는 지선의 서정적 작곡이 눈에 띄는 것이 그 증거다.
한편 “La Cocina”와 “And I Love Him”에서는 색소폰 연주자 이선재가 함께 했다. 이 또한 앨범을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색소폰이 트리오의 차분함에 온도를 높이면서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 매력 뒤로 아쉬움도 남는다. 매무새 좋은 서정적 사운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트리오의 연주가 소심하게 진행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성지선, 백용훈, 김선호로만 트리오가 구성되어야 했다는 필연적인 인상을 받을 수 없다. 실제 멤버들의 연주력은 그 이상일 것 같음에도 말이다. 각 연주자들이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내는 연주를 했다면, 그래서 사운드가 보다 입체적이었다면 트리오에 대한 인상은 더욱 강렬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