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지점을 향해야 하는 것이 재즈 연주자의 숙명이라지만 그 중에는 그냥 늘 하던 것을 그대로만 해도 인정을 받는 연주자도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연주자들이 특히 그렇다. 마세오 파커가 바로 그런 경우다. 제임스 브라운 밴드, 조지 클린턴의 팔라멘트 밴드 등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솔로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는 펑키 재즈를 떠나지 않았다. 새로움을 이유로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지도 않았다. 기계처럼 평생 흥겨운 그루브로 가득한 연주를 꾸준히 펼쳤다. 그것이 대중적으로 큰 인정을 받았다. 현재 70대 중반의 삶을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만큼 펑키한, 그리고 소울 가득한 연주자는 많지 않다. 있다면 그에게 영향을 받은 연주자일 것이다.
12년만에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이 앨범에서도 그는 순도 높은 펑키 사운드를 들려준다. 늘 들어왔던 바로 그 흥겨운 음악이다. 그렇다고 뻔하지만도 않다. WDR 빅 밴드가 지원하고 있는 것이 특히 그렇다. 빅 밴드라지만 압도적인 울림보다는 브라스 섹션의 역할에 머무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울림이 전체 사운드를 더 화사하게 했다. 또한 적절한 나가고 들어옴으로 인해 마세오 파커의 솔로 연주가 예의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한편 흥겨운 곡이건 그보다 조금 느린 템포의 곡이건 숨막히는 몰아침보다 약간의 여유가 느껴지는 것도 색다르다. 사실 이 앨범은 색소폰 연주자의 75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것이 앨범을 즐겁게 하고 또한 여유롭게 했던 것 같다.
75세 생일 잔치 같은 음악을 통해 색소폰 연주자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 아직 다 말하지 못한 사랑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음악이 지금까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흥겨운 연주의 바탕에 사랑의 기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 할아버지의 연주에 젊은 감상자가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