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역사에 있어 에스뵤른 스벤슨 트리오의 위치는 피아노 연주자의 사망 이후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트리오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트리오들이 수 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오드게이르 베르그 트리오도 그 그 중의 하나이다.
사이드맨 활동에 집중하며 실력을 연마한 후에 선보이는 이 첫 앨범은 에스뵤른 스벤슨의 그림자로 가득하다. 피아노의 현을 직접 건드리는 것이나 여백을 활용한 왼손의 단속적인 코드 진행, 상승욕구로 가득한 리듬, 적절한 이펙터의 사용을 통한 우주적 공간감의 연출 등은 분명 에스뵤른 스벤슨에게서 가져온 것임에 분명하다. “A.C.M”이나 “Slogro”의 거친 질감의 우주적 사운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트리오는 여기에 그 전에 전자 사운드를 재즈에 접목했던 허비 행콕의 유산 또한 음악에 반영해 자신들의 음악이 유행에만 반응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한편 앨범 곳곳에서 드러나는 서정성은 이 젊은 트리오를 단순히 선배의 아류로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북유럽 연주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어두운 우수의 하나로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Slattesven”, “Lullaby for S.O”등의 곡에서 드러나는 서정미는 일렉트로어쿠스틱 사운드에서 벗어나 생각해도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개성적이다. 에스뵤른 스벤슨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 안에 머무르는 음악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에스뵤른 스벤슨 트리오의 작법을 오히려 극한으로 밀고 나간 음악-예를 들면 고고 펭귄-이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이 트리오의 농도가 연한 일렉트로어쿠스틱 사운드가 성공을 거둘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평범한 트리오의 하나로 머무를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음악적 성과와는 별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