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생인 리코니츠는 쿨 재즈를 시작으로 포스트 밥, 아방가르드 재즈 등을 가로지르는 폭 넓은 활동을 현재까지도 해오고 있는 색소폰 연주자이다.
1950년대 초반부터 그는 미국을 넘어 유럽에서도 앨범을 녹음하는 등 세계적인 활동을 펼쳤다. 1968년 10월만 해도 그는 로마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연주자들과 앨범 석장 분량의 녹음을 했다. 그 가운데 <Stereokonitz>는 이탈리아 연주자들과 퀸텟을 이루어 녹음한 것이다.
이 앨범은 스탠더드 곡이나 리 코니츠의 곡이 아닌 베이스 연주자 지오반니 토마소가 작곡한 곡들로만 채워졌다는 것이 특이했다. 앨범에서 리 코니츠는 평소 주로 연주하던 알토 색소폰 외에 당시 막 등장했던 일렉트릭 색소폰인 바리톤(Varitone) 색소폰을 연주했다. 그 색소폰의 톤은 창백했다. 화려하게 상승하는 연주에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푸른 불꽃 같은 연주였다고 할까? 그래서 다소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그 음악은 평소 밥과 쿨을 오가는 그의 성향을 잘 반영한 것이었다. 나아가 갈수록 개방적이고 현대적으로 변모할 미래의 음악을 예견한 것이기도 했다. 함께 한 유럽 연주자들도 그의 음악을 잘 이해했다.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엔리코 라바의 트럼펫이나 프랑코 단드레아의 강장 가득한 피아노 연주는 리 코니츠의 연주와 조화를 이루며 진보적인 색채를 띠었다.
유럽에서 먼저 발매되었기에 상대적으로 이 앨범은 다른 리 코니츠의 앨범에 비해 덜 주목 받았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음악이 얼마나 시대를 앞섰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새로이 감상해야할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