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김강리의 자신을 알리는 EP 앨범이다. 총 다섯 곡으로 전체 27분의 짧은 연주 시간 동안 흐르는 시간의 아름다움-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느끼고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주제를 트리오 편성으로 표현했다. 명확한 주제가 있었기에 아마도 정규 앨범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즉, 주제에 맞는 곡이 더 이상 없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트리오는 시간의 아름다운 흐름을 여행으로 치환하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추억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추상적인 주제지만 연주는 모호하지 않고 산뜻한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것도 화려하지 않은.
실제 김강리의 피아노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큰 폭이 아니라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베이스와 드럼 또한 솔로 연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하지만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편안한 배경 음악처럼 듣는데 부담이 없다. 하지만 편안한 만큼 연주나 전반적인 사운드가 평범해졌고 그 결과 김강리나 그 트리오의 존재가 희미해졌다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즉, 출발을 알리는 앨범으로서 그 명확한 지점을 감상자에게 인식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최선의 길은 이 음악을 여러 앨범에 걸쳐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천천히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부디 이 앨범의 주제처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음악을 발견해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