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재즈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제리 멀리건은 지금도 연주자가 많지 않은 바리톤 색소폰을 연주했다. 그런데 바리톤 색소폰의 묵직한 톤과 달리 그의 음악은 가볍고 부드러웠다. 1950년대 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와 함께 피아노 없는 쿼텟을 결성해 인기를 얻은 이후, 그는 좀처럼 피아노 연주자와 함께 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연주하곤 했다. 1960년 ‘콘서트 재즈 밴드’라는 이름의 빅 밴드를 결성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피아노 연주자 대신 그는 관악기 연주자와 함께 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1962년에 녹음된 앨범 <Jeru>는 예외였다. 당시 그는 알토 색소폰 연주자 폴 데스몬드와 쿼텟을 이루어 앨범을 녹음 중이었다. 그런 중 드럼 연주자 데이브 배일리의 제안으로 타미 플라나간의 피아노와 함께 하루 만에 앨범을 녹음하게 되었다.
퀸텟 편성으로 바리톤 색소폰 연주자는 미디엄 템포의 부드러운 스윙감이 돋보이는 리듬 섹션을 배경으로 편안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연주를 펼쳤다. 그의 솔로는 두터운 색소폰 톤에도 불구하고 깃털처럼 가벼웠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귓속말처럼 달콤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타미 플라나간의 피아노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피아노 연주자는 반짝이는 톤으로 바리톤 색소폰과 대비를 이루며 과거 다른 관악기들이 했던 역할을 대신했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스윙감으로 사운드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멋진 조화는 여기가 끝이었다. 앨범 녹음 후 제리 멀리건은 다시 폴 데스몬드와의 쿼텟 녹음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