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존 셔먼은 고독한 솔로 연주자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그는 오버 더빙을 통해 직접 여러 악기를 연주한 솔로 앨범이 많다. 물론 이 외에 카린 크로그, 잭 드조넷, 폴 블레이, 바레 필립스, 존 포터 등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 재즈는 물론 클래식까지 아우르는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고정된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를 유지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자신의 머리 속에 떠오른 음악을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으면 혼자서, 아니다 싶으면 그에 맞는 연주자를 그때그때 찾아 앨범을 만들지 않나 싶다.
2012년 오버 더빙을 통한 솔로 앨범 <Saltash Bells> 이후-그 사이 다른 레이블에서 두 장의 앨범을 더 녹음했다-오랜 만에 선보이는 이번 새 앨범에서는 남아메리카 공연 중에 만났던 브라질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넬슨 아이레스, 미국 출신의 비브라폰 연주자 롭 워닝과 트리오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했을 경우 서로 다른 개성들이 모여 새로운 음악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의 경우 리더인 색소폰 연주자의 자장 안으로 피아노 연주자와 비브라폰 연주자가 흡수된 듯한 느낌이 강하다. 리더를 중심으로 모인 그룹의 색이 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앨범과 비교한다면 2009년의 쿼텟 앨범 <Brewster’s Rooster>보다는 <Saltash Bells>에 더 가깝다.
특히 “At First Sight”, “Autumn Nocturne” 처럼 앨범에 전반부에 흐르는 영국의 전통적, 목가적 정서는 평소 그의 솔로 앨범에서 자주 드러나곤 했던 것이다. 이들 곡에서 피아노와 비브라폰은 좌우로 배치되어 색소폰 비감 가득한 진행을 함께 하는 역할에 전념한다. 그렇다고 반주차원에 머문다는 것은 아니다. 색소폰의 기세에 압도당한 듯하다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곡도 있기는 하다. 남아메리카의 열대 과일 혹은 그 나무를 지칭하는 “Pitanga Pitomba”나 넬슨 아이레스가 쓴 “Summer Song”, 그리고 마지막의 타이틀 곡에서는 함께 한 두 연주자의 존재감이 보다 적극 드러나면서 색다른-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의 매력은 역시 트리오 연주보다는 존 셔먼의 건조하고 묵직한 톤의 색소폰 솔로와 그 안에 담긴 어두움, 신비, 슬픔을 조합한 듯한 분위기이다. 그 가운데 슬픔 가득한 멜로디가 이어지는 “Autumn Nocturne”는 “Portrait Of Romantic” 이후 색소폰 연주자를 설명하는 곡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색소폰 연주자의 음악적 특징이 반복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의 뛰어남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실(Invisible Thread)로 감상자를 묶어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