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서 저녁을 먹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먹먹하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 댁에서 내 집까지는 약 2.5 킬로미터. 버스를 타는 것이 맞지만 그냥 걸었다. 내 걸음으로 대략 25분 정도 걸으면 될 것이다. 역시 추웠다. 그냥 버스를 탈걸 그랬나?
추위에 가로등 불빛마저 얼은 듯 희미한 길을 걷자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중학생이었을 때 이 길을 참 많이 걸었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 시장통에 음반 가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같이 그 가게를 들락날락하며 음악을 듣고 음반을 샀었다.
그 중에는 실제 기온이 오늘에 비해 어땠는지 모르지만 귀와 발이 시릴 정도의 추운 날도 있었다. 그래도 추운 줄 몰랐다. 겨울은 그냥 그런 것이려니 했다. 거리에 음악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음반 가게, 전파사, 옷 가게 등 곳곳에서 음악을 거리로 내보냈던 시절이었다. 때로는 음악이 아닌 소음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소리가 추운 겨울 거리에 어떤 정조(情調)를 부여했던 것은 틀림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한 1킬로를 걸었을까? 정인의 노래가 들렸다. 월간 윤종신 2017년 12월호 곡 “추위”였다. 살펴보니 핸드폰 매장에서 나오는 노래였다. 오랜만이었다. 길 위에서 음악을 만나는 것은. 반가웠다. 핸드폰 매장의 누가 내 생각에 공감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스모키한 정인의 노래를 듣자 서리가 낀 듯 창백한 거리가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둠은 더욱 검어졌고 가로등 빛은 더욱 노래졌다. 잠시 우울했던 마음이 따스해졌다.
길 건너 노점의 비닐 천막 사이로 오뎅 국물의 흰 연기가 흘러나왔다.
글에 그 당시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눈앞에 화면으로 스윽..스쳐지나가는 듯한.
뭐 연배가 비슷해서 동시대 느낌을 공유하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요.^^
간만에 예전 추억에도 빠져보고, 좋으네요..
연배가 비슷하다구요? ㅎㅎ
테입, lp 시대를 그리워하지는 않지만 거리에 음악이 들리던 시절은 그립네요.ㅎㅎ
나이대 얘기에 완전 빵 터져서.ㅋㅋㅋㅋ 제가 40대인데, 도대체 연배란 단어가 왜 어색한걸까 막 고민하고 있고. 흑..
뭔가 유쾌한 기분이면서, 다시 뮤비를 보게 되네요.
저는 그리 보지 않았습니다.ㅎ
공부를 하신다는 말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을까요?
아무튼 더 어리게 봤네요.ㅎ
아이고..ㅋㅋ 예, 제가 늦깍이 학생이었습니다만..(지금은 학생 아닙니다.^^) 나이 상관하지 않고 살자는 주의지만, 제가 젊은 감성이었다니.. 암튼 기분은 좋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공부하는 사람은 늘 젊은 듯…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