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 킹 콜은 부드러운 중저역의 음색으로 재즈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렸던 보컬이었다. 또한 훌륭한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했다. 특히 피아노-기타-베이스로 이루어진 독특한 트리오 편성의 음악은 이후 많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TV쇼가 있었을 정도로 활발한 대중적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재즈사는 물론 미국 대중 음악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기에 많은 연주자와 보컬들이 그를 주제로 한 앨범을 녹음했다.
The Nat King Cole Songbook – Sammy Davis Jr. (Reprise 1965)
노래와 연기 모두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는 냇 킹 콜에 같은 시대에 활동하며 우정을 쌓았다. 특히 그는 한 TV쇼에서 냇 킹 콜과 함께 출연해 그를 모창할 정도로 고인의 노래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 또한 냇 킹 콜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곧바로 고인을 애도하는 앨범을 녹음했다. 냇 킹 콜의 앨범 편곡과 지휘를 맡았던 빌리 메이를 참여시킨 앨범에서 그는 냇 킹 콜의 주요 레퍼토리를 구수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친구의 사망을 추모했다.
With Respect to Nat – Oscar Peterson Trio (Verve 1965)
피아노 연주자 오스카 피터슨도 냇 킹 콜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고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은 앨범을 녹음했다. 그런데 그것이 독특했다. 평소의 피아노 트리오 편성을 고집하지 않고 피아노-기타-베이스의 트리오 편성과 빅 밴드 등 냇 킹 콜이 했던 편성을 사용했다. 여기에 놀랍게도 오스카 피터슨 본인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로는 냇 킹 콜을 표현할 수 없었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피아노 연주자의 노래가 여러 모로 냇 킹 콜을 닮았다는 것이다.
An Orchestral Portrait Of Nat King Cole – Nelson Riddle & His Orchestra (Reprise 1966)
작곡가이자 편곡자였던 넬슨 리들은 많은 재즈 보컬들의 앨범에 편곡자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참여했다. 그 중에는 냇 킹 콜도 있었다. 따라서 냇 킹 콜이 1965년 세상을 떠난 뒤 곧바로 고인을 주제로 앨범을 녹음한 것은 당연했다. 그는 냇 킹 콜의 레퍼토리들을 경쾌한 빅 밴드 재즈로 바꾸었다. 그리고 피아노가 냇 킹 콜을 대신하게 했다. 그럼에도 냇 킹 콜의 부재가 강하게 느껴졌다. 거대한 빅 밴드의 흥겨운 움직임도 고인의 부재를 가릴 수 없었다.
Unforgettable… with Love – Natalie Cole (Elektra 1991)
여성 보컬 나탈리 콜은 냇 킹 콜의 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성공하기 싫었는지 1970년대에 노래를 시작하면서 재즈가 아닌 R&B를 노래했으며 아버지의 레퍼토리를 노래하기를 거부했다. 그랬던 것이 40대에 접어들면서 그리움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인지 아버지를 주제로 한 앨범을 녹음했다. 그 중 현대 녹음 기술을 활용해 아버지와의 듀엣으로 노래한 “Unforgettable”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Dear Mr. Cole – John Pizzarelli (Novus 1994)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존 피자렐리는 냇 킹 콜을 주제로 두 장의 앨범을 녹음했다. 그 가운데 이 첫 앨범을 먼저 추천한다. 그 또한 냇 킹 콜이 그랬던 것처럼 피아노-기타-베이스로 구성된 트리오로 앨범을 녹음했다. 다만 노래는 피아노 연주자가 아닌 기타 연주자 자신이었다. 부드럽게 스윙하며 가볍고 편안하게 노래를 이어가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러 모로 냇 킹 콜을 연상시켰다. 냇 킹 콜을 주제로 한 앨범 가운데 가장 냇 킹 콜다운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All for You: A Dedication to the Nat King Cole Trio – Diana Krall (Impulse! 1996)
다이아나 크롤의 성공은 냇 킹 콜을 주제로 한 이 세 번째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냇 킹 콜이 그랬던 것처럼 피아노-베이스-기타로 구성된 트리오로 앨범을 녹음했다. 그녀가 노래하며 피아노를 연주했음은 물론이다. 따스한 목소리로 달콤하게 부른 그녀의 노래는 냇 킹 콜처럼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그녀는 다음 앨범인 <Love Scenes>에서도 같은 편성과 분위기를 이어갔으며 이후 여러 앨범에서도 냇 킹 콜식 트리오 편성의 노래를 선보였다.
Remembers the Unforgettable Nat “King” Cole – Hubert Laws (RKO 1998)
플루트 연주자 휴버트 로우가 냇 킹 콜을 주제로 앨범을 녹음한 것은 다소 의외로 보일지도 모른다. 플루트로 냇 킹 콜의 구수한 맛을 반영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앨범은 냇 킹 콜의 레퍼토리를 연주한 휴버트 로우의 부드러운 연주곡집이었다. 그래도 이 앨범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무명시절의 그레고리 포터가 참여해 “Smile”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의 새 앨범 <Nat King Cole & Me>에 담긴 “Smile”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 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
Inspiration: A Tribute to Nat King Cole – George Benson (Concord 2013)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조지 벤슨은 도시적인 질감의 퓨전 재즈를 주로 선보여왔다. 하지만 그레고리 포터가 그랬던 것처럼 그 또한 어린 시절에는 냇 킹 콜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곤 했다. 그것이 현재 그의 노래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앨범은 그 영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앨범에서 그는 대형 냇 킹 콜과 함께 했던 넬슨 리들이 편곡하고 지휘하는 빅 밴드의 화려한 연주를 배경으로 고안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오스카 피터슨 앨범 유튭으로 들어보니 여러모로 닮았네요! 조금 더 허스키에 밝은듯한데 무엇보다 정서가 넘 흡사하네요.ㅎㅎ
저는 다이아나 크롤 앨범이 없습니다. 특별히 싫어하거나 할 리는 없는데 인연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소개해주신 앨범도 유튜브로 들어보니 스트레이트하고 매력적이네요.
언젠가 황덕호님께서 냇킹콜이 노래로 너무 치우쳐진것을 안타까워하신 라디오를 들어본적이 있는데..워낙 노래도 출중하셔서 인류에겐 어찌됐든지 큰 득이겠죠?^^ 좋은 앨범 소개 감사드립니다.
네 정서적으로 상당히 비슷하죠. ㅎㅎ
피아노 연주자가 노래해서 놀랍기도 하지만 그 비슷함이 더 놀랍죠.
저도 냇 킹 콜이 피아노 연주에 보다 집중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평가 받는 이상의 뭔가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아무튼 가정은 늘 흥미롭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