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음악은 클래식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렉트로닉 밴드 퓨쳐 사운드 오브 런던의 멤버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대중음악적인 맛도 매우 강하다. 그래서 때로는 파격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것이 무작정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색다른 방식의 연주일수록 대중 친화적인 면이 강한 것 같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댈러웨이 부인”, “올랜도”, “파도”를 주제로 한 3막의 발레 “울프웍스”를 위한 음악를 담은 이번 앨범에서 작곡가는 직접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며 오케스트라, 스트링 퀸텟, 소프라노 보컬,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육성을 비롯한 작품 낭송 등을 활용해 곡마다 다양한 색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음악은 역시 클래식이면서도 대중 음악적인 매력을 지녔다.
다양한 질감의 음악이 함께 있음에도 앨범은 유기적인 흐름을 보인다. 이것은 단순 주제가 반복되며 서서히 변화하는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작곡 자체가 주는 선(線)적인 흐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곡가가 발레의 대상이 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세심히 읽고 그 안에서 중심 인물, 상황을 뽑아내어 음악적으로 형상화하려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영화 음악 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영상이 없으면 심심한 음악은 아니다. 발레의 우아한 움직임을 넘어 그 자체로 버지니아 울프를 생각하고 나아가 감상자만의 서사를 만들게 해주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