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프랑소와 쿠튀리에와 클래식 앙상블 로사문트 쿼텟의 첼로 연주자 안야 레흐너가 중심이 된 타르코프스키 쿼텟은 2006년 앨범 <Nostalgia-Song For Tarkovsky>, 2011년 <Tarkovsky Quartet>을 통해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그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번 앨범은 그 세 번째 앨범이 된다.
타르코프스키 감독과 영화라는 확실한 주제가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앨범은 이전 두 장의 앨범과 유사하다. 재즈와 클래식을 바탕으로 서정미가 돋보이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차이가 있다면 집단 즉흥 연주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전 두 장의 앨범은 엄밀히 말하면 프랑소와 쿠튀리에의 이름으로 발매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네 연주자의 호흡이 이번 앨범에서 쿼텟으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서는 즉흥 연주의 비중을 전체 3분의 1 가량으로 높였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긴장 가득한 네 악기의 울림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일관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음 몇 개만으로 감상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프랑소와 쿠튀리에의 물기 많은 피아노, 반대로 가슴 깊이 갈증을 느끼게 하는 안야 레흐너의 첼로, 바람 같은 공허를 만들어 내는 쟝 루이 마티니에의 아코데온, 그리고 공간을 부유하고 상승하는 쟝 마크 라르세의 색소폰이 각각의 소리를 내는데 그것이 절묘하게 어울리고 하나가 되어 느림과 몽환으로 가득한 시적인 서정을 발생시킨다. 이것은 네 연주자가 출발점은 물론 나아가야 할 곳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바로 이점에서 나는 이번 앨범이 이전 두 장의 앨범보다 더 높은 음악적 성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앨범에 편재하는 서정성은 물론 타르코프스키와 그 영화에 관련되어 있다. “영화는 기록이 아닌 꿈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타르코프스키는 가장 위대한 감독다.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꿈들의 공간을 돌아다닌다.”고 앨범 내지에 적혀 있는 (그 자신도 뛰어난 영화 감독이었던) 잉마르 베리만의 제사(題詞)처럼 네 연주자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담겨 있는 삶과 꿈, 시간을 매우 훌륭히 음악으로 표현했다. 특히 “꿈(Dream, Rêve, Traum, Day Dream), “환상(Fantasia)”, “하얀 밤(Nuit Blanche) 등으로 이루어진 수록 곡들의 면모는 그대로 감독의 <향수>, <거울>, <희생> 같은 대표작을 연상시킨다.
물론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꼭 보고 이 앨범을 감상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운드트랙이 아닌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음악인 만큼 오히려 이 앨범을 통해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막연하지만 감독의 영화가 그려질 것이다. 설령 그것이 실제와 달라도 상관 없다. 영화가 꿈인 것처럼 음악 또한 꿈이니 말이다.
ecm 음악은 끊을수가 없습니다..^^ 다른 장르를 듣다가도 꼭 이리로 돌아오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학부때 희생, 노스텔지어 보고 난 후 그 느낌이 잊혀지지가 않았는데. 음악을 듣고 나니 정말 오랜만에 영화가 다시 보고싶어집니다.
네 끊을 수가 없죠. 모든 앨범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간적 여백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듯한 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에서 어찌 헤어나올 수 있을까요?ㅎ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공간, 여백, 시, 아름다움.. 익숙한 단어인데 요즈음 저에겐 매우 새롭게 와닿네요. 삶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암튼, 마음의 고향 같은 재즈스페이스, 오랜만에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