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여성 보컬 안나 마리아 요펙은 2010년대에 접어 들어 모국 폴란드(<Polanna>), 포르투갈어권(Sobremesa>), 일본(<Haiku>) 등을 주제로 한 음악으로 자신의 음악적 깊이를 더 해왔다. 2011년에 선보였던 <Polanna>에 이어 6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도 그 연장선에 놓인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1930년대 폴란드에서 인기를 얻었던 탕고와 볼레로 곡들을 피아노 연주자 곤잘로 루발카바가 이끄는 트리오를 배경으로 노래했다. 그녀가 노래한 2차 세계대전 이전의 폴란드 탕고 곡들은 애상과 향수로 가득하다. 차분히 가라앉는 스모키 보이스로 되돌릴 수 없는 지난 날을 회상하듯 노래한다. 이번 앨범 타이틀이 “과거” 혹은 “지나간 것”을 의미함을 생각하면 그녀는 1930년대를 아픔마저 낭만적이었던 시대라 생각하고 그에 맞추어 노래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로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2차 세계대전 직전의 곡들을 노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그 곡들의 아름다움을 현재에 새로이 되살리려 했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곤잘로 루발카바 트리오의 연주가 특히 그렇다. 트리오는 탕고의 리듬보다는 그 음악에 내재된 애상적 정서에 초점을 맞추어 연주한다. 간간히 드러나는 긴장 어린 솔로만이 보컬과 어울려 탕고가 남녀가 어울리는 춤임을 생각해줄 뿐이다. 굳이 1930년대 폴란드 탕고 음악을 몰라도 이 앨범에 담긴 노래와 연주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