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재즈 트리오의 피아노 연주자로 친숙한 마크 반 룬의 솔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듯이 바흐의 “인벤션” 15곡을 바탕으로 한 연주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평소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를 통해 보여주었던 클래식의 유명 테마를 재즈로 연주하는 차원은 아니다. 그보다는 더 깊은 차원, 클래식적인 동시에 재즈적인 연주를 담고 있다.
먼저 그는 바흐의 15개 인벤션 곡을 수없이 듣고 연주하며 곡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원곡에서 멀리 떠난 자신만의 “인벤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그에 대한 11개의 “변주곡”을 연주했다. 바흐의 인벤션에 대한 기억을 담고 멀리 떠난 여행자 같은 연주들이다. 보통의 재즈 연주가 테마에서 출발해 멀리 나아간 즉흥 연주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진정한 바흐의 재즈적 해석이라 할만 하다.
그 결과 앨범에서 바흐의 느낌은 그리 강하지 않다. 아주 희미할 뿐이다. 게다가 피아노 연주자는 감상자가 그 흔적에 매달리도록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세계를 투영한 자유로운 연주에 주목하게 한다. 한편 온전히 연주자 자신과 그가 위치한 순간에 집중한 끝에 나온 즉흥 연주는 여러 모로 폴 블레이나 키스 자렛의 즉흥 솔로 연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바흐 또한 즉흥 연주에 뛰어났음을 생각하면 먼 바로크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의 이어짐을 확인하게 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