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우미진의 세 번째 앨범이다. 2013년에 선보였던 지난 두 번째 앨범 <Tell Me Your Story>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일상의 경험과 그로부터 느낀 소소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멜로디나 정서적인 부분만을 천착(穿鑿)하지 않았다. 리듬, 화성은 물론 편성에 따른 질감의 변화까지 입체적으로 고려해 음악적 재미 또한 만족시키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지난 해에 녹음해 두 차례에 걸쳐 공개했던 EP를 종합한 이번 세 번째 앨범도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컬과 함께 한 곡, 기타가 가세한 쿼텟, 여기에 색소폰이 추가된 퀸텟 등 다양한 편성과 재즈는 물론 록까지 수용한 음악을 시도했다. 그 가운데 “여우야 여우야”의 신선함, “Tell Me Your Story”의 긴장을 머금은 극적인 진행,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Bonus Track” 같은 곡은 세련된 흐름, 섬세한 정서, 그리고 총주 외에 피아노 연주에 있어 “한국”이라는 에티켓을 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자신의 삶에서 음악적 소재를 삼았기 때문에 보다 집중도 높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그 전에 우미진이 자신의 음악 욕구를 명확히 객관화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탄탄한 음악적 구현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좋은 평가 중에 아쉬움을 붙인다면 다양한 욕구를 조금은 걸러 재즈와 연주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더라면 더욱 맛이 좋은 앨범이 나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