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낯선 문화와 전통을 경험하면서 새삼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생기고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리라. 현재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컬 이지혜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녀는 2012년 첫 앨범 <Goblin Bee>에서 자신의 활동 무대인 유럽적인 재즈와 우리 음악을 접목한 신선한 음악을 선보였다. 단순히 보컬로만 그녀를 정의할 수 없게 하는 뛰어난 결과물이었다.
이번 두 번째 앨범도 마찬가지다. 피아노, 색소폰 그리고 한국 전통 타악기로 구성된 독특한 트리오를 배경으로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한국적인 동시에 유럽적이다. ‘금강경 읽어주는 여자”에서의 스캣만 해도 우리네의 토속적인 정서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이 스테판 드베베르의 비감 어린 색소폰과 잘 어울린다. 우리 악기 징을 앞에 두고 무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Afro Blue” 또한 두 음악 문화가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이것은 “Let’s Fall In Love”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지혜가 한국적인 것이 최고라는 식으로 우리 음악을 재즈에 차용했다고 보지 않는다. 자신만의 새로움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을 중심에 두었기에 어느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음악, 자연스럽고 신선한 음악이 나왔다고 본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한국의 감상자들이 호응할까? 너무 부정적일 수 있겠지만 모르겠다. 유럽 감상자들은 오히려 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