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크레이그 테이본의 ECM에서의 세 번째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배드 플러스의 데이비드 킹(드럼)을 비롯해 크리스 스피드(색소폰), 크리스 라잇캡(베이스)와 함께 쿼텟을 이루었다. 네 연주자는 모두 개별적으로 뉴욕을 중심으로 뜨겁고 치열한 연주를 펼쳐왔다. 그래서 멤버 구성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머금고 숨막히게 흐르는 포스트 밥 사운드를 예상하기 쉽다. 실제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The Shining One”, “New Glory”, “Ancient”같은 곡은 네 연주자의 에너지가 응결되어 뜨거운 순간을 연출한다.
하지만 네 연주자의 어울림은 고온의 불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태로운 긴장 속에서도 지속되는 정적인 면에 있다. 대표적인 곡이 “Great Silence”이다. 어쿠스틱 악기 뒤로 일렉트로닉스까지 사용되었지만 여백과 소실될 듯 이어지는 악기의 소리 사이의 긴장 가득한 균형이 매우 아름답다. 이 밖에도 섬세한 울림으로 추상적인 공간감을 연출하는 “Subtle Living Equations”,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어울림이 비등(沸騰)하는 드럼과 대조를 이루며 서정미를 발산하는 “Jamaican Farewell”등도 치열함 속에서 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나는 이번 앨범이 ECM 하면 떠오르는 실내악적인 사운드를 피아노 연주자가 자기 식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찬란할 정도로 아름답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