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알렉산더는 현재 재즈의 신동으로 평가 받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이다. 2003년생의 이 인도네시아 출신의 어린 연주자는 우리 기준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앨범 <My Favorite Things>을 발표하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연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나 또한 그의 연주에 감탄했다. 어른도 힘든 빠른 속도의 연주, 정확한 타건 등 기교적인 측면 때문만이 아니었다. 스탠더드 곡을 자유로이 전개해 새로이 만드는 상상력, 발라드 연주에서의 깊이 등 시간의 흐름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성숙한 면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나이에 10년을 더 보태어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정말 천재 같은 연주였다.
2016년, 우리 나이로 14살, 여전히 재즈 클럽에 출입하기 어려운 나이에 발표한 이 두 번째 앨범에서도 이러한 그의 천재성은 여전하다. 첫 앨범에서도 그를 동료로 인정하고 치열한 연주를 펼쳤던 래리 그레나디에, 율리시스 오웬 주니어 등이 함께 한 이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전통적인 어법의 완벽한 육화(肉化)를 바탕으로 감각적이고 신선한 연주를 펼친다. 어른 흉내가 아니라 어른도 따르기 어려운 연주를 들려준다.
존 콜트레인의 곡을 연주한 “Countdown” 이 좋은 예이다. 베이스 드럼과의 호흡, 수평, 수직을 모두 고려한 솔로는 완벽한 비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외에 크리스 포터의 색소폰이 가세한 “Maiden Voyage”에서의 긴장 가득한 인터플레이, “Criss Cross”에서의 델로니어스 몽크를 아마드 자말 스타일로 해석한 듯한 리듬감, “Chelsea Bridge”에서의 사려 깊은 스윙감은 그가 선배들의 연주를 충분히 듣고 어법 이상의 정신적 부분까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었을 생각하게 한다.
반면 자작곡에서는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해준다. 예를 들면 라틴적인 색채감을 지닌 “City Lights”에서의 칙 코리아나 미셀 카밀로를 바탕으로 한 듯한 감칠맛 나는 솔로는 도시의 찬란한 밤에 놀란 어린이 같은 정서를 담고 있다. 가스펠적인 맛이 강한 “Sunday Waltz”에서의 친숙한 멜로디에 담긴 느긋함 또한 10대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빈스 과랄디가 음악을 담당했던 만화 “찰리 브라운”의 주인공들 같다고 할까?
지금까지 어린 나이에 어른처럼 연주하는, 흔히 신동이라 불리는 연주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정작 성인이 되고 나서는 평범한 연주자로 머무르곤 했다. 성장을 멈추었다고 할까? 천재란 평가가 대부분 빠르고 현란한 기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이 알렉산더도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 또한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 부디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번 앨범이 연주자의 나이와 상관 없이 뛰어난 연주,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