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ggy Lee – The Party’s Over

한 해가 저문다. 참으로 요철이 많은 시간이었다. 그 병신이 아닌데 정말 그렇게 흘러갔다. 내 개인적인 일 년 또한 비슷했던 것 같다. 마음을 쓰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그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삶의 어느 시기엔 그런 때가 있는 법. 그냥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한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올 해만큼은 한 해가 저무는 것이 아쉽지 않다. 빨리 흘러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다고 갑작스레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기다린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요즈음 페기 리가 노래한 “The Party’s Over”를 자주 듣는다. 1956년 쥘 스타인이 뮤지컬 <Bells Are Ringing>을 위해 만든 이 곡은 즐거운 파티를 마치고 헤어져야 하는 순간의 아쉬움을 담고 있다. 가사로만 보면 내 마음과 반대의 내용이라 하겠다.

그러나 페기 리의 노래는 좀 다르다. 도리스 데이나 로니 도네건 등 다른 보컬들의 노래는 파티가 끝난 이후의 허무함 같은 정서가 강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허전함 보다는 그 다음의 시간을 기약하자는 위로의 정서가 더 강다. 여기에는 그녀의 스모키 보이스와 함께 아래에 흐르는 라틴 리듬의 역할이 큰 것 같다. 타악기의 담담한 이어짐이 가라 앉는 분위기를 지탱하며 “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파티는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파티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또한 파티의 끝이 좋은 시간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 지금 우리는 마지막에 와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마지막. 이 새로움을 위해서는 먼저 끝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꺼이 말이다. 그 기꺼운 마음으로 오늘 밤에도 한 번 더 들어본다.

 

 

 

2 COMMENTS

  1. 이름만 익숙했지 Peggy Lee 음악은 처음 듣는데, 너무 좋습니다!

    계속 반복재생해서 듣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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