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이지영의 오랜만의 앨범이다. 마지막 앨범 <Tristeza>가 2012년에 발매되었으니 4년만이다. 그동안 그녀는 연주만큼이나 뛰어난 작곡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작곡이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새 앨범이 늦어졌다고 하는데 실제 스트라디움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이번 앨범도 타이틀 곡과 “Ever Thine”을 제외하면 지난 석 장의 앨범들에서 이미 연주했던 곡들을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 등이 함께 한 쿼텟으로 연주한 것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전 앨범에서의 연주와 비교해서 들어보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앨범에서 연주된 모든 곡들은 발라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이번 앨범이 세월호 학생들의 죽음과 유학시절 친구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애도의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앨범은 어두움,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런 중에 슬픔을 공감의 눈물로 위로하려는 그녀의 의도 또한 느껴진다.
그런데 이러한 슬픔의 정서는 이전 그녀의 앨범들에도 담겨 있었던, 그녀만의 음악적 특성의 하나였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보면 아주 새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회색조의 음악이 구체적인 죽음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옴은 부인할 수 없겠다. 더 깊은 슬픔을 획득했다고 할까? 끝으로 여기에는 역시 비감의 표현에 탁월한 손성제의 힘이 컸음을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