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트리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E.S.T가 2008년 피아노 연주자 에스뵤른 스벤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막을 내린 후 꾸준히 피아노 연주자와 그 트리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앨범이 발매되고 있다. 이번 앨범도 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앨범은 트리오의 곡들을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연주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기대에 맞게 앨범은 긴장을 지속시키면서 상승을 거듭해 결국 몰아의 경지에 오르곤 했던 E.S.T의 매력을 새로이 느끼게 한다. 여기에는 트리오 멤버였던 단 베르글룬트와 마그누스 외스트룀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이 두 연주자 또한 E.S.T의 사운드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 그것이 이번 앨범에서도 드러난다.
그래도 이 앨범의 진정한 매력은 역설적일 지 모르지만 E.S.T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는 것에 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거대한 사운드를 E.S.T는 트리오 편성만으로 만들어 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앨범은 다시 에스뵤른 스벤슨을 그리게 한다. 물론 그 또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로 란탈라가 피아노를 연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가 에스뵤른 스벤슨을 대체할 수는 없는 법. 오케스트라가 사운드를 거대하게 부풀리면 부풀릴수록 고인의 자리가 여백으로 느껴진다.
분명 트리오의 감동을 재현한 사운드는 E.S.T를 좋아하는 감상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추억을 지울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