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블렌드는 피아노 연주자 최은석, 베이스 연주자 장영은, 드럼 연주자 양재혁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이다. 앨범 표지를 보면 퓨전 재즈 성향의 일렉트릭 트리오라 예단하기 쉬운데 실제는 어쿠스틱 트리오이다. 하지만 음악은 일렉트릭 트리오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이들에 앞선 트리오로 앨범을 설명한다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짐 블랙의 트리오, 록에 버금가는 육중한 질감을 지닌 배드 플러스, 그리고 단순 동기를 강박적 반복하는 닉 베르취스 로닌의 음악이 어우러졌다(Blend)고 할까? 실제 “House Of Light”을 시작으로 앨범 초반에 배치된 세 곡의 경우 파괴적이다 싶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단순한 패턴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연주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나는 이 트리오가 언급한 트리오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새로인 세대의 감수성에 맞는 양식의 음악을 추구한 결과라 하고 싶다. 참조보다는 독창성이 그만큼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언급한 트리오들의 틈새를 유영한다고 할까? 그렇기에 나는 앨범의 전반부 곡들보다 “Mingus By Mingus”, “system Of Love” 처럼 앨범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복이 주는 몰아(沒我)적인 느낌을 넘어 그 반복에서 새로운 것을 이끌어 낼 때 연주의 짜릿함이 더해지는데 이들 곡들은 그 짜릿함을 지녔다. 결국은 세기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다음에는 이에 대한 적절한 방향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