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텍시에(Henri Texier) 인터뷰

 

ht앙리 텍시에는 프랑스 재즈와 유로피안 재즈의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다. 그는 60년대 미국 연주자들의 유럽 투어가 진행될 때 사이드 맨으로 가장 선호하는 베이스 연주자 중 하나였다. 쳇 베이커, 덱스터 고든, 버드 파웰 등이 그랬다. 그는 강한 개성으로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했지만 프랑스에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데 집중했다. 그곳에서 새로운 연주자들을 찾아내며 미국과는 다른 진보적인 재즈를 만들어 냈다.  이런 그와 2016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즈음해 이메일로 인터뷰를 해보았다.  

앙리 텍시에 씨는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프랑스를 방문한 미국 연주자들과 함께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요. 그 당시 미국 연주자들과 프랑스 연주자들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정말 재즈의 나라에서 온 연주자들답게 당신에게 충격을 주고 영향을 주었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60년대에 미국과 유럽의 재즈는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연주자들만 해도 장고 라인하르트와 스테판 그라펠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의 유명 연주자들을 모방하려고 노력했죠. 제 경우는 미국의 흑인 유명 연주자들을 따르려고 했습니다. 특히 함께 연주했던 덱스터 고든, 리 코니츠, 케니 클락, 아트 테일러, 쳇 베이커, 도널드 버드, 돈 체리 등의 연주자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때와는 달리, 현재 재즈는 미국의 음악이 아니라 세계의 음악이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각각의 개성을 지닌 재즈가 연주되고 있지요. 프랑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앙리 텍시에 씨를 비롯한 여러 연주자의 노력으로 미국 재즈와는 또 다른 개성의 재즈가 나오고 있죠. 현재와 1960년대와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국 재즈와 차이가 있을까요?

60년대 말부터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르는 동안 유럽의 많은 연주자는 미국 연주자들을 따라 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재즈를 제외한 다양한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죠. 프랑스의 경우 매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인도, 북미, 발칸 등의 여러 문화권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앙리 텍시에 씨는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독창적인 재즈를 선보이게 되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초기에 저는 두 가지 음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먼저 라비 샹카를 비롯한 인도 음악의 영향을 받았고요. 프랑스 내의 켈틱 문화권인 부르타뉴 지방 출신인 제 부모님으로 인해 켈틱 음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런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게 되면서 미국 연주자들을 모방하는 건 다소 지루한 일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프랑스는 유럽 재즈의 수도라 할 만큼 여러 연주자들과 다양한 경향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재즈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앙리 텍시에 씨가 생각하는 프랑스 재즈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프랑스 재즈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문화적 상황을 살고 있는 개별 연주자들이 특정 지역의 언어, 문학, 그리고 여러 예술적 표현은 물론 지역의 정서를 발전시킨 재즈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앙리 텍시에 씨의 앨범은 매번 특별한 주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당신의 음악적 상상력이 대단함을 느끼게 해주곤 합니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 앨범 주제에 대한 음악적 영감을 얻습니까?

먼저 그러한 칭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닌 이 세계의 일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약간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서 의미 없는 음악을 상상할 수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열린 자세로 음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감각적이고, 지적이며 시적인 주제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올해 앙리 텍시에 씨는 정규 앨범 <Sky Dancers>와 라이브 앨범 <Dakota Mab>을 발매했습니다. 이 두 앨범은 <An Indian’s Week>에 이어 다시 한 번 인디언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인디언의 무엇이 그렇게 당신을 매혹시켰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일종의 열정이 되었을 정도였죠. 저는 늘 그들의 삶의 방식, 인류애, 정신성,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인디언은 많은 부족, 국가, 삶의 방식이 있지만 동시에 그들 모두는 자연과 자연이 준 것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앨범 <At L’Improviste>와 <Sky Dancers>에서 앙리 텍시에 씨는 세상을 떠난 폴 모션을 위한 곡을 작곡하고 연주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이나 고인을 위한 곡을 연주한 것으로 보면 앨범 <Respect>에서 그와 함께 연주했던 추억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 같습니다.

폴 모션은 제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특히 그룹 내에서 음악을 설계하는 방식, 그러니까 작곡과 즉흥 연주 사이의 완벽한 균형, 밴드 멤버들의 창의성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 등에서 영향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뛰어난 멜로디 감각을 지녔으며 늘 완전히 자유로운 음악 즉, 열린 음악을 들려주었던 연주자이기도 했습니다.

앙리 텍시에 씨는 앨범마다 크건 작건 밴드 멤버의 변화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밴드마다 이름을 부여하고 있고요. 그 가운데 저는 아쥐르 쿼텟, 퀸텟을 매우 좋아합니다. 아무튼 실제 밴드 멤버의 변화가 앨범의 주제나 음악적 상상력과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밴드의 이름과 앨범의 주제 그리고 밴드 멤버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성이 있습니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는 대부분 음악을 생각할 때 어떤 연주자와 함께 할 지를 고민합니다. 마치 어떤 영화나 연극에서 감독이 어느 배우와 함께 할 지, 그들을 통해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말할 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이번 앨범에서는 당신의 섹스텟에 ‘스카이 댄서 섹스텟’이라 명하지 않았습니다. 멤버 구성으로 보아 지난 앨범에서 선보인 호프 쿼텟을 확장한 인상이 강한데 그래서 새로이 그룹 이름을 정하지 않은 것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스카이 댄서 섹스텟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스카이 댄서스 식스’라고 지었죠. 그렇다고 호프 쿼텟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여섯 연주자를 위한 특별한 특별한 음악을 생각했거든요.

앙리 텍시에 씨는 프랑스 재즈의 리더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여러 신예 연주자를 발굴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이름 있는 연주자로 성장했고요. 새로운 멤버는 어떻게 찾아내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 누구도 발굴하지 않았습니다. (웃음) 저는 다른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습니다. 그 연주자들은 젊은 연주자들일 수도 있고 나이가 있는 연주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늘 동료 연주자들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어떤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가 내 “공간”, 내 밴드에서 연주한다면 어떨지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들은 저와 함께하지 않았더라도 유명해질 연주자들이에요. 제 밴드에서 연주하는 것이 그 시간을 단축시킬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연주자는 있습니까?

스카이 댄서스 식스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아르멜 뒤파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켜봐도 좋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연주자보다 앙리 텍시에 씨의 아들 세바스티앙 텍시에를 비롯해 각각의 영역에서 실력파로 검증된 연주자들과의 활동에 주력하는 것 같습니다.

제 아들과 연주한 지는 어느덧 20년이 지났네요. 이제는 그룹에 그가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죽이 잘 맞는 동료가 되었죠. (웃음)

80년대부터 “라벨 블레”에서 앨범을 발표하셨죠. 저는 아미앙(Amiens)에 위치한 이 레이블이 재즈를 위해서는 참으로 이상적인 제작환경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동안 이 레이블은 위기의 시간을 겪었고, 이 때문에 연주자들이 앨범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텍시에 씨는 레이블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위기를 겪는 동안에도 라벨 블레는 앨범 녹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커서 한명의 연주자 이상의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 한 명의 연주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2년에 한 번씩 라벨 블루에서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라벨 블레와 함께했던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앨범의 주제, 연주자, 음악, 사운드 엔지니어, 믹싱, 라이너노트, 앨범 커버, 그래픽 담당자 등 모든 것을 결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정말 최고죠. 그러니 레이블을 바꿀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앨범 <Dakota Mab>은 인튜션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라벨 블레와의 관계는 여전히 유효한 건가요?

맞아요. 저와 라벨 블레와의 관계는 여전합니다. 사실 이 앨범은 ‘유로피안 레전드’라는 독일의 특별한 프로젝트로 녹음한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이제 꽤 늙었나 봐요. (웃음) 이 프로젝트에는 유럽의 여러 연주자가 참여했습니다. 라벨 블레는 제게 이 특별한 프로젝트에 참여를 허락했습니다.

앙리 텍시에 씨는 이제 70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절대 적지 않은 나이죠. 그런데도 음악은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70대의 나이가 주는 음악적 차이란 게 있을까요?

우선은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 생각에 마음이 꾸준히 열려 있고 역동적이며 늘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70대의 연주자와 젊은 연주자간의 차이는 그리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반면 나이가 들어 더 많은 걸 안다는 것은 그만큼 더 긴장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건강에 관해서라. 흠,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우선 저는 가능한 한 늘 연습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쿨’하려고 노력하죠. 남들만큼이나 다른 사람처럼 저도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그리 드러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 생각에 저는 건강에 있어서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웃음)

앙리 텍시에 씨만큼이나 세바스티앙 텍시에 또한 그만의 개성 강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세바스티앙에 대해 그런 평가를 해줘서 고맙습니다! 자신의 음악이 그런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그가 알면 굉장히 기뻐할 것입니다. 그가 어렸을 때 제 귀를 사로잡은 제일 요인은 사운드입니다. 두 번째는 재즈가 혼합으로 이루어졌듯이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 흑인적인 것과 백인적인 것, 정교한 것과 맹렬한 것 사이에서 그만의 표현을 찾으려 한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연주에 있어서 그의 “목소리”, 자신의 악기로 멜로디를 “노래”하듯 연주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의 노래에 감탄했습니다. 자신만의 것을 찾아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사실, 재즈 자체가 이 모든 것이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죠. 저는 또 그의 화성을 좋아합니다. 악기로 멜로디를 ‘노래’하려고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재즈를 공부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재즈 연주자로서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재즈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열려 있어야 하며 진지해야 합니다. 또한 유행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위대한 창작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4 COMMENTS

  1. 자라섬페스티벌을 못 간게 진심 아쉽게 느껴집니다..!

    프랑스 재즈에 대한 답변, ‘작곡과 즉흥 연주 사이의 완벽한 균형’, ‘지적이며 시적인 주제를 찾으려 노력한다’…는 내용이 말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에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은 연주자란 생각이 드네요.

    • 핫. 오랜만입니다. 제가 좀 게을렀죠. 지금도 게으르구요. ㅎ 자라섬은 저도 가지 못했습니다. 요즈음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하네요. ㅎ

      지적이며 시적인 주제 참 어려운 말인데 그것을 음악으로 들려주는 몇 안되는 연주자가 앙리 텍시에라고 생각합니다. ㅎ

    • 백년만입니다.!..ㅋ 오랜만이여서 그런지 더 반갑게 느껴지네요.
      뭔가 친정에 온 느낌..ㅎㅎ

      포스팅하신 걸 보면 결코 ‘게으르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암튼, 자신이 인터뷰에서 표현한 ‘말’과 실제 ‘음악’이 일치하는 연주자를 만나면, 본적은 없지만 뭔가 깊은 신뢰감이 느껴지는데 앙리 텍시에가 그런 분 인것 같습니다.

    • 친정…ㅎㅎ
      듣는 앨범보다 포스팅이 현저히 적어서 말이죠.
      좋은 앨범들이 많은데 소개를 게을리 하는 것 같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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