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재즈는 연주자의 자유로운 연주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을 때 어렵게 느껴진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에 연주자가 끝까지 답하지 않을 때 그 자유로운 음악은 혼돈의 소리 이상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 첫 앨범을 발표한 색소폰 연주자 이현석의 음악도 프리 재즈에 속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프리 재즈 연주자 강태환 선생의 제자라는 이 젊은 연주자의 자유로운 음악은 독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적 쉬운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는 그의 연주에 내재된 표현주의적 성격 때문이다. (두 곡에서 피아노 연주자 이영경과 듀오 연주를 하기도 했지만) 그는 색소폰 하나로 자연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그래서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움직임이 그려지는 타이틀 곡을 비롯해 곡마다 새들의 지저귐(“Bird Speech”), 미운 오리의 여정(“The Ugly Duckling”), 피어나는 아지랑이(“Heat Haze”) 곤충들의 움직임(“Bugs Move”, “Ant Revolution”) 등이 그려진다. 그렇다.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려진다.
그렇다고 이현석의 매력이 자연 묘사에 있다고 보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묘사가 순환호흡 등 고난도의 색소폰 솔로 기법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자신만의 언어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리를 보편적 언어로 번역할 수 있었다는 것이야 말로 그의 장점이자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