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by Hutcherson – Nocturnal

순간 순간 떠오르는 음악적 감흥을 슬쩍 뒤로 보내며 여름을 보냈다. 보내고 있다. 이런 저런 현실적인 일들과 부족한 마음의 여유 때문이었지만 무더위도 한 몫 했다. 좋은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글로 남겨야겠다 생각해도 집에 오면 내 몸은 달리의 시계처럼 늘어지기 일쑤였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며칠 전에 있었던 비브라폰 연주자 바비 허처슨의 사망도 그냥 한 마디 없이 보냈다. 그런 중 오늘 그의 오래된 앨범들 가운데 1968년작 <Patterns>를 모처럼 듣다가 한 여름에 세상을 떠난 것이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1년에 태어나 1960년대부터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는 하드 밥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라틴 재즈와 아방가르드 재즈를 아울렀다. 그러한 그의 연주는 늘 긴장 가득했고 그것이 그의 비브라폰이 지닌 나른한 음색과 맞물려 뜨거운 여름의 느낌을 주곤 했다. 템포가 빠르건 느리건, 라틴 성향이건 아방가르드 성향이건 상관 없었다. (이러한 뜨거움은 그를 리오넬 햄튼의 계승자이자 비브라폰 연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남게 했다.)

앨범 <Patterns>에 수록된 “Nocturnal”은 이러한 그의 무더움을 잘 느끼게 해주는 곡이었다. 이 곡을 들으면 나는 열대야, 밤이 온전하게 어두워지지 않는 여름 날의 뜨거운 밤을 그리곤 한다. 땀이 절로 흐르는 잠 못 이루는 밤.

모처럼 이 곡을 들으니 폐기종으로 사망할 때 그는 이 정도 날씨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떠난 길에 명복을 빈다.

 

2 COMMENTS

  1. 아..이 나른함.
    찬 바람 부는 겨울, 따스한 공간에 편안히 누워있는..그럴때 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함을 극대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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