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강지은의 첫번째 앨범이다. 올 해 30이 된 그녀는 10여년을 세션 중심의 활동을 하면서 보낸 자신의 20대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앨범을 녹음했다고 한다. 나는 이 앨범을 처음 보았을 때 여린 여성미가 강조된 부드러운 연주를 생각했다. 그냥 선이 고와 달달하지만 그 이상의 남는 것이 없는 평범한 연주가 앨범에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와 클래식 앨범을 연상시키는 앨범 표지 사진 때문이었다.
이런 내 예상이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데 까지는 첫 곡 “Dear My Old Flower”의 인트로만으로 충분했다. 투명하고 고운 음색이 내 예상을 따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 익숙한 길 사이로 나 있는 작은 소로로 연주가 접어드는데 그 긴장이 매우 산뜻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충격 정도는 물론 아니었지만, 또 그런 방향을 피아노 연주자가 지향한 것도 아니었지만 매우 신선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연주가 달콤하고 부드럽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차원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 편안함은 자유로이 곡을 상상하고 그것을 자신이 아는 언어로 소박하게 표현한 것에 기인한다. 기본에 충실하며 자신을 드러냈다고 할까? 사실 앨범에 담긴 곡들은 포스트 밥의 전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곡들이 작곡 단계에서부터 지닌 이미지는 강지은이라는 연주자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개성이 있다.
연주에 있어서도 생각 이상으로 힘이 좋다. 부드러움만큼 솔로 연주의 전개에 있어 힘이 느껴진다. 마구 음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피아노 외에 키보드를 사용하고 그에 따라 연주 스타일의 변화를 보임에도 전반적인 질감은 일관된 것도 매력이다. 이는 연주자가 악기를 제대로 이해했음을 의미한다.
10년간 공부를 한 끝에 첫 앨범을 내 놓는 것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연주자들의 첫 앨범들 중 다수는 졸업 증명서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큼이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한 연주자의 첫 앨범은 자유로운 재즈는 자유로운 경험이 우선함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