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Cool Collective – Breaking Out

무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뒹굴고만 싶어진다. 그래도 어디 그럴 수 있나? 땀을 흘리며 길을 걷고 사람을 만나고 술도 마신다.

땀이 절로 나는 여름 날 오후 아래 있다 보면 가끔은 옛날 생각이 난다. 휴가의 기억, 피서의 추억 같은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시원했던 날들보다는 더운 날, 더운 공간에 대한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유년 시절 경기도 이천 외가의 뜨거운 흙길이나 더워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던 프랑스 몽펠리에의 변두리 길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 때도 나는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었다. 땀이 옷을 적셨다. 그럼에도 그 때가 생각나는 것은 지금보다는 그래도 그 때가 더 시원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글쎄. 그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일 없이 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웠던 시간이었다는 것에 향수를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처리하는 지금의 내 일상과는 달리 그 때는 확실히 시간이 비어 있었다. 숙제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버거웠었다. 영원한 오후가 눈 앞에 펼쳐진 느낌. 걷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던 더운 오후.

뉴 쿨 콜렉티브의 새 앨범 <The Thing You Love>를 듣는다. 쉽고 편한 연주와 노래에 뜨거운 햇살이 가득하다. 특히 “Breaking Out”같은 곡은 휴가지의 여름을 절로 그리게 만든다. 모든 것을 다 놓고 운전대를 잡고 바다를 향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런데 사실 휴가지에서는 음악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유 있는 마음에 무엇을 들어도 다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곡은 휴가를 가지 못하고 도시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위한 곡이 된다. 일 없는 시간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도 지금은 이 곡을 들으며 바닷가에서의 피서를 꿈꾸지 않는다. 그냥 창 밖의 마포의 주택가를 땀 흘리며 걷고 싶을 뿐이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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