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슈퍼마켓에서 사온 팥빙수를 먹는다. 함께 이런 저런 음악을 듣는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냥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결정된다고 보면 좋겠다. 방금 전만 해도 지금이 휴가 기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저 내리는 비를 마음 편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 저 비가 내리는 거리 속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다소 짜증이 난다.
그래도 비 덕에 음악을 듣는 맛이 좋다. 생각해 보면 내리는 비에 아무런 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비를 싫어했을 것 같다. 땅에, 내 얼굴에, 건물에, 자동차에 부딪히며 세상의 윤곽을 확인하는 습기 가득한 소리야 말로 비의 가장 낭만적인 부분이 아닐까?
한 때 일상의 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간단한 기기를 사용해 음악과 섞기를 즐겼던 적이 있다. 그러면 정말 음악의 맛이 깊어지곤 했다. 빗소리도 음악과 섞어 들었다. 빗소리가 섞인 음악은 대부분 아늑한 맛이 더해졌다. 어떠한 차가운 음악이라도 빗소리가 섞이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CD 서너 장 분량은 되었을 그 음원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냥 잠깐의 재미로 했던 것이기에 이리저리 굴리다가 잃어버린 것 같다. 다시 그 때의 기억을 살려 새로이 작업을 해볼까 한다. 정말 창 밖에 비가 내리고 나는 휴가 중이고 할 일이 없어 무료할 때가 온다면 말이다.
그 음원들 가운데 불현듯 낸시 윌슨이 노래한 You’re As Right As Rain이 생각났다. 스타일리스틱스가 1972년에 발표한 곡을 이년 뒤인 1974년에 노래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스타일리스틱스보다 맛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빗소리와 함께 들으면 더 그렇다.
ps: 밥 제임스도 1975년 앨범 <TWO>에서 이 곡을 아주 맛나게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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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윌슨 목소리가.. 허스키한 듯하면서도 살짝 뭔가.. 간드러짐이 느껴지네요.
아..매력적입니다. 다른 곡도 들어봤는데, 이 곡이랑 낸시윌슨의 특유 목소리가 딱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같은 곡인데도, 밥 제임스 연주는 청량감이 확~ 드네요.
재즈와 소울이 섞인 듯한 느낌이죠? ㅎ 밥 제임스의 산뜻함은 그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