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장마철에 어울리는 날씨다. 지난 금요일은 정말 비가 대단했다. 밤 중에 운전을 하는데 긴장이 넘쳤다. 찰리 파커를 듣는 느낌이었다. 실제는 차에 알 그린 CD밖에 없어서 그 끈적거리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했지만.
흐린 날, 비 오는 날이 이어지니 햇살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한 법. 그냥 비를 맞은 듯 조금은 눅눅한 감성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반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나니 한번은 햇살 가득한 음악을 듣는 것도 괜찮다 싶다.
그래서 선택한 음악은 기타 연주자 브라이언 휴즈. 이 연주자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일종의 저주를 떠올리곤 한다. 시대를 잘 못 타고 난 저주. 1955년 캐나다 앨버타 출신의 그는 뛰어난 기타 실력을 지녔다. 작곡도 출중하다.
이를 바탕으로 적잖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독창적인 기타 연주자로는 남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필 그의 음악적 감수성이 그보다 한 해 앞서 태어난 팻 메시니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냥 팻 메시니가 좋아서 따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는 꾸준히 팻 메시니와 유사한 음악을 해오고 있다. 게다가 흉내내기라 하기 곤란한 정도로 음악 자체는 내실 있다.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연주를 펼치며 팻 메시니의 환영에 괴로워하지 않을까 싶다. 하필 왜!! 하면서.
나 또한 처음 브라이언 휴즈의 음악을 들었을 때 어라? 이게 뭐야? 하며 약간은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연주를 들었다. 그런데 팻 메시니가 기존 그룹 활동을 멈추고 새로운 밴드 활동을 하고 그와 함께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거듭하면서 뒤 늦게 그의 음악이 소중해진다. 여전히 그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맷 메시니의 게펜 레이블 시절, 그러니까 가장 태양의 기운이 많았던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떠나고 싶게 만드는 팻 메시니의 음악에 대한 향수를 달랜다고 할까?
특히 오늘처럼 햇살 환한 길을 달리고 싶어질 때, 팻 메시니의 이전 음악을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다소 지칠 때 브라이언 휴즈의 음악은 신선한 동반자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