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페레는 프랑스 샹송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보통은 “Avec Le Temps”의 작곡자로서 알려졌지만 그는 시적인 가사와 우수로 가득한 분위기 그리고 인상주의와 고전주의를 오가는 듯한 클래시컬한 편곡 등으로 다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나는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좋아한다. 그 자체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세르지오 갱스부르가 전통적인 샹송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러 넣어 그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면 레오 페레는 전통적인 샹송의 이미지를 예술적 극한의 경지로 이끌었다.
영국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토니 하이마스가 이런 레오 페레를 피아노 솔로로 연주했다. 레오 페레가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사운드를 부풀리고 이를 통해 정서적인 부분을 확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피아노 솔로 연주는 다소 모험이 아니었나 싶다. 총주를 독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분명 사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자도 이를 의식했던 듯 싶다. 그런데 그는 이를 최소화하려고 이런저런 장식을 넣기 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여백으로 대체한 연주를 선택했다. 그래서 극적인 분위기는 많이 줄었다. 그렇다고 이를 심심하다 너무 단순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대신 멜로디와 그에 밀착된 정서적인 슬픔, 격동의 감정은 남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선택한 15곡을 주로 2분에서 3분 가량의 길이로 비교적 짧게 연주하는 대신 그 곡들을 서로 연계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레오 페레의 극적인 맛을 살려낸 것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사실 피아노 한 대로 레오 페레의 극적인 맛을 살리는 연주는 브래드 멜다우가 들려준 적이 있다. 지난 해 발매된 <10 Years Solo Live>앨범에 수록된 “La Mémoire Et La Mer 추억과 바다”가 그렇다. 그는 이 곡을 클래식 환상곡처럼 연주했다. 레오 페레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 연주였다. 이에 비한다면 토니 하이마스의 연주는 소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또한 ‘추억과 바다’만큼은 5분 이상의 길이로 연주했다.) 하지만 곡 자체에 드리운 슬픔의 그림자는 훨씬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레오 페레를 모르는 사람들은 토니 하이마스를 통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 사자를 등장한 앨범 표지는 레오 페레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사자처럼 위엄과 기품을 지녔던 인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