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e – Pierrik Pedron (Jazz Villag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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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색소폰 연주자 피에릭 페드롱의 새 앨범이다. ACT와의 계약이 끝났는지 재즈 빌리지 레이블에서 제작을 했다. 올 초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다소 실망했었다. 기대와 다른 음악 때문이었다. ACT 레이블에서는 록적인 질감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포스트 밥 계열의 음악을 들려주었었다. 델로니어스 몽크와 록 그룹 큐어를 주제로 한 음악들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이 앨범은 그와는 동떨어진 음악을 담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안드로메다로 정신을 보내버린 듯한 음악이었다. 그 새로움이 다소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다소 시간을 두고 다시 듣기로 했고 오늘 다시 들었다. 이제서야 앨범의 매력이 잘 들어왔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앨범 커버에서 짐작했겠지만 앨범은 우주적이다 싶을 정도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담고 있다. 안드로메다를 괜히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미래 지향적인 음악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니 결과적으로 미래적인 사운드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난 과거의 유산 그러니까 펑키 재즈, 사이키델릭 록 등에서 자양분을 얻어 만들어 낸 것이다. 앨범 커버에 우주-아마도 달이 아닐까 싶다-를 배경으로 파셀 베가 -60년대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의 클래식 자동차 HK500의 본넷위에 앉아 있는 피에릭 페드롱이 등장하는 것은 그대로 음악을 설명한다. 과거 머스탱 오픈 카를 타고 다니며 펑키 음악을 듣던 폭탄머리 흑인들에 대한 우주적 변용!

사실 펑키하며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주물러 새로운 연주를 한 경우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앨범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거침 없는 질주감 때문이다. 첫 곡 “Monk Ponk Train”부터 숨쉴 틈을 주지 않고 시속 300킬로미터의 속도로 연주를 이어가는데 그 속도감이 매우 짜릿하다. 현란한 듯하면서도 실은 아주 단순한 동기를 반복적으로 밀어부쳐 만든 것인데 그로 인해 몽환적인 느낌마저 난다. 모든 것이 다 계산된 듯하면서도 악기들의 겹침으로 인해 의외의 스트로보 효과-바퀴살이 달린 바퀴가 역회전 혹은 실제 회전보다 느리게 도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가 만들어졌다고 할까?

보통 이런 사운드를 만나면 절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재즈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앨범도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빚을 지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60년대 팝, 록이 곧바로 시간 여행을 해 지금의 전자 사운드를 만났다는 느낌을 나는 더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제는 방법론 이상으로 발전하기에는 힘이 다한 듯한 일렉트로 재즈가 나아갔어야 할 모범을 이 앨범이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피에릭 페드롱도 결국 다시 어쿠스틱 편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더 오래 그의 이력에서 중요한 기억을 남기지 않을까 싶다.

7 COMMENTS

  1. 앨범자켓이 마음에 들어 클릭했는데, 음악도 앨범자켓스럽네요.
    신선한 듯 하면서도 익숙하달까요.

    그런데, 첫곡 처음과 중간에 조빔의 how insensative를 샘플링한 건가요?..

    왠지,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류의 영화음악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 sf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딱이죠. 자동차 추격신이 어지러운 액션영화에도 어울릴 것 같구요. 그런데 첫 곡 ‘Monk Ponk Train’을 말씀하시는거죠? 저는 조빔을 느끼지 못했는데요. 그리고 그 곡이 느껴진다면 쇼팽이 들렸을테고…ㅎ

    • 그렇죠?! 영화 매트릭스처럼 늘어지는 느낌이 혼합되면 완전.. ^^

      맞아요. 첫 곡’ ‘Monk Ponk Train’입니다.
      쇼팽은..제가 잘 몰라서요..뭔가 들려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드는 이 느낌..ㅋㅋ

      피에릭 페드롱 다른 앨범인 kubic’s cure 듣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 맘에 듭니다!

    • 쇼팽은 조빔의 How Isensitive가 작곡가의 Prelude no.4와 매우 유사했기에 말씀 드린 것이었습니다.

      큐빅스 큐어가 사실은 더 좋죠. 단번에 확 오는 맛은 덜해도 그만큼 오래 들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

    • 어머..! 낯선청춘님 덕분에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신기합니다.

      두 곡 각각은 알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두 곡을 연결시켜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늦게 알아차린 제가 이상한건가 싶지만..^^

      큐빅스 큐어는 자꾸만 듣게 되네요.

    • 그럴 수 있죠. 저도 처음에는 그냥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오는 것으로만 알았으니까요. ㅎㅎ

      큐빅스 큐어가 이번 앨범보다는 더 좋죠? 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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