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픽션 작가 제프 다이어가 쓴 재즈에 관한 감상문이다. 감상문이라는 말에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어? 하며 의아한 반응을 보일 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감상문이 맞다. 재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문.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는 것을 즐긴다. 재즈를 좋아하게 된 것도 멜로디, 사운드, 연주 이전에 이 모든 것이 모여서 만들어 낸 음악적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음악을 상상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음악과 내가 소통하는 사이에 내가 있고 음악이 있는 그 중간 지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 속으로 혹은 연주자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새악하고 추측해야 한다. 그것이 실제와 달라도 상관 없다. 어느 순간 음악과 내가 일치되는 순간이 오면 그런 걱정은 의미 없는 일이 된다. 내가 <재즈와 살다>를 쓴 것도 그런 방식이었다.
이 책이 제프 다이어의 재즈 감상문이라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이다. 그는 재즈를 , 연주자를 응시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대화가 없이 음악과 연주자를 이해한다. 레스터 영, 델로니어스 몽크, 쳇 베이커, 아프 페퍼, 버드 파웰 등 재즈계의 거장들의 삶의 파편적인 일화들을 건조하게 서술하지 않고 그 뒤를 자신의 상상으로 파고 든 것이 그 결과다. 그의 허구는 기본적으로 연주자들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연주자들의 음악에서 받은 그만의 느낌이 투영되어 있다. 연주자의 음악으로 연주자의 어두운 이면을 다시 조망한다고 할까?
이것은 글 전체를 음악적으로 만든다. 단순한 코드가 세 음이나 네 음을 쌓은 것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 내듯이 그의 글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문체가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의 상상이 문체를 아름답게 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연주자를 모르고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재즈에 대한 막연하고 희미한 그림자만 보여줄 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도 모른채 추상적인 느낌만을 줄 지도 모른다. 반대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사실을 바탕으로 연주자와 음악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에게 감탄하게 될 것이다.
한편 책의 후반부에 후기 대신 재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적은 글 또한 매우 훌륭하다. 왜 재즈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과거를 지향하고 있는지, 왜 연주자들이 갈수록 늦은 나이에 인정을 받게 되는지 등을 이야기 하면서 현대 재즈의 그림을 멋지게 설명한다.
한편 이 책은 개정판본이다. 초판의 번역이 매우 실망스러워 개정을 했다고 하니 꼭 개정판으로 읽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