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쿠옹부는 아방가르드 계열의 음악을 추구한다. 록적인 질감을 활용해 우주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그것이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가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음악적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팻 메시니 그룹의 멤버였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룹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트럼펫 연주는 물론 노래(허밍)까지 하며 사운드의 밀도를 높였었다.
아마도 이런 인연이 이어져 이번 앨범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보통 거장과 함께 앨범을 만들 때는 초대한 거장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차원의 연주를 펼치곤 한다. 거장에게서 받은 음악적 영향을 드러내거나 그로 인해 발생되는 새로운 질감을 선보이곤 한다. 그래서 나는 쿠옹부 또한 오랜 시간 팻 메시니의 음악에 빠져 살았던 만큼 그와 유사한 방식의 음악을 선보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 앨범은 팻 메시니가 쿠옹부 트리오의 음악에 스며드는 것에 중점을 둔 듯한 음악을 들려준다. 예전처럼 스토무 타케시(베이스), 테드 푸어(드럼)가 함께 한 트리오의 연주는 트리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공간을 확장하는 연주를 펼친다. 그 자체로 괜찮은 사운드이다. 그런데 여기에 팻 메시니가 등장해 그 우주적인 공간의 밀도를 높인다. 쿠옹부와 팻 메시니의 유니즌 플레이로 시작되는 “Not Crazy (Just Giddy Upping)”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Acid Kiss”에서의 제목만큼이나 짜릿한 팻 메시니의 기타 신디사이저 솔로도 팻 메시니가 자신을 트리오와 분리하는 대신 쿼텟의 일원으로 움직였음을 확인하게 한다. 평소 자신의 서명을 연주마다 넣었던 기타 연주자로서는 분명 새로운 모습이다.
팻 메시니적인 정서가 드러나는 곡이 있기는 하다. “Let’s Get Back”이 그 곡인데 다른 곡들에 비해 수평적인 진행이 팻 메시니의 여정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쿠옹부식으로 바뀐 것이긴 하지만.
만남은 스쳐 지나감이 아니다. 악수 혹은 포옹 하나로 서로는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일시적일지라도 내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경험의 축적이 일어난다. 쿠옹부 트리오와 팻 메시니의 이번 만남도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각자의 길을 다시 가겠지만 그 길에 보이지 않는 영향, 기억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