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쳇 베이커를 주제로 한 앨범이다. 또한 2014년에 발매된 앨범 <Autour De Nina>-그레고리 포터, 나윤선 등이 참여했던-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제작 방식도 같다. 클레망 뒤콜이 제작하고 보얀 Z(피아노), 크리스토프 밍크(베이스), 시릴 아테프(드럼) 등을 기본으로 여기에 야엘 나임, 호세 제임스 등의 여러 보컬이 쳇 베이커가 주로 연주하고 노래했던 곡들을 노래한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쳇 베이커를 대신하는 트럼펫 연주자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에릭 트뤼파즈, 아리엘 베송, 알렉스 타셀 등의 연주자가 트럼펫을 연주한다. 그리고 한 명 더, 뜻 밖에도 벵자맹 비올레가 노래나 작,편곡이 아닌 트럼펫을 연주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쳇 베이커의 위태로운 보컬, 낭만과 우울을 머금었던 트럼펫 연주를 최대한 반영한 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꼭 전통적인 재즈의 색감을 유지하려 하지 않아 색다른 맛도 준다. 물론 이것은 일종의 모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곡마다 설득력이 차이를 낳았으니 말이다. 예를 들면 휴 콜트맨이 노래한 “Born To Be Blue”의 블루지한 맛은 쳇 베이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소울의 색채를 강하게 부여한 쌍둥이 여성 듀오 이베이의 “Moon & Sand”도 개성은 강하지만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반면 로즈마리 스타들리가 프렌치 팝적인 스타일로 노래한 “Let’s Get Lost”, 배우겸 싱어송라이터인 엘로디 프레제가 노래한 “But Not For Me”, 샤를 파시가 노래한 “It Could Happen To You” 등은 보컬 개인의 역량과 쳇 베이커가 잘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호세 제임스가 노래한 “Nature Boy”, 산드라 엔카케가 노래한 “Grey December”, 피에르 파시니가 노래한 “A Taste Of Honey”는 쳇 베이커의 주요 레퍼토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트럼펫 연주자가 이 곡들을 연주하거나 노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비록 이들 곡 또한 쳇 베이커의 분위기로 연주되고 노래되었지만 말이다.
실제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곡은 야엘 나임이 노래한 “My Funny Valentine”과 카멜리아 조르다나가 노래한 “The Thrill Is Gone”이다. 이들 곡에 담긴 우수의 정서는 그대로 쳇 베이커에 연결된다.
전반적으로 앨범은 아주 특별한 무엇을 보여주려 하기 보다 그래 쳇 베이커가 그런 맛이 있었지! 하며 공감하게 만든다. 그것이 이 앨범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추모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 그런 차원에서라면 앨범은 만족스럽다. 평범한 것이 매력을 발산하는 경우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