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욘 발케는 피아노 연주에만 그치지 않고 끝 없는 호기심으로 솔로는 물론 다양한 편성을 통한 색다른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것은 음악을 아우르는 소리에 대한 탐구와도 같았다. 어떤 공간,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연주를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할까? 이번 피아노 솔로 앨범 또한 마찬가지다.
먼저 그는 ECM하면 떠오르는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피아노 솔로 연주를 했다. 그 연주들은 인상적이고 서정적이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키보드, 프로그래밍 등으로 만든 인위적 소리와 학교, 교회, 전철 등 현장 녹음한 일상의 소리로 피아노 솔로를 감쌌다. 그렇다고 단순히 침묵에 이런저런 소음을 배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 소리들은 절묘한 믹싱을 통해 하나의 악기처럼 피아노와 어울린다. 그 결과 각각의 솔로 연주들은 보다 영상적으로 다가온다.
외형적으는 피아노 솔로 뒤로 이런저런 소리가 희미하게 흐르는 앰비언트 뮤직의 하나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단번에 연주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소리들이 연주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 솔로 뒤로 감추어진 공간 인상을 드러내려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조용한 공간이 실제로는 이런저런 소리들로 이루어져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