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루안 오르티스는 쿠바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흔히 말하는 아프로 쿠반 재즈나 라틴 재즈에 머무르지 않는다. 쿠바의 음악적 전통을 거부한다기 보다 그 안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그는 더 큰 자유를 추구한다. 하긴 요즈음처럼 연주자들의 음악적 배경이 거의 유사한 음악으로 통일 되는 시대에는 이런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다만 감상자가 연주자와 그 음악에 특정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일 뿐.
아무튼 에릭 레비(베이스), 제랄드 클리버(드럼)과 트리오를 이룬 이 앨범에서 그는 라틴 재즈의 영향과 함께 프리 재즈의 영향을 직접 드러낸다. 그렇다고 순간의 진실에만 충실한 연주는 아니다. 작곡이 있고 편곡도 있다. 다만 그 진행이 라틴 재즈나 보통의 포스트 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굳이 지난 연주자들과 비교한다면 곤잘로 루발카바, 추초 발데스, 오넷 콜맨, 델로니어스 몽크의 음악이 자유로이 혼합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트리오의 연주는 어떤 정형을 위하 나아간다기 보다 모래에 집을 짓는 듯한 느낌으로 연주한다. 위태롭지만 삼각 관계를 지속하며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데 그것의 안정적 구축보다는 붕괴를 막으려는 애절한 사투의 느낌을 준다. ” Fractal Sketches”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태로움으로 인해 트리오의 연주는 부단한 역동성을 획득하고 요동치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 즉, 위태로움의 긍정적 활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Analytical Symmetry”, ” Arabesques of a Geometrical Rose” 같은 곡에서 흔들리는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 예가 아닐까 싶다.
편히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혼돈의 사운드에 집중하면 의외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