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타바노는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보컬이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첫 앨범-2012년의 독립 제작 앨범이 있기는 했다-이다. 30을 앞에 둔 이 젊은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 매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의 신인들이 그러하듯 한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고 이를 인정 받고자 하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그 모든 모습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매력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앨범의 제일 앞에 배치된 “Quiet Enlightenment”, “Emotional Riot”과 “The Call”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녀가 재즈 이전에 록에서 음악적 자양분을 많이 얻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트리오가 어우러진 어쿠스틱 퀸텟의 연주가 아니었다면 (포크) 록으로 생각해도 좋을 법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절정의 순간에 내지르는 그녀의 창법은 분명 록적이다.
“The Letter”, “Rest Assured” 같은 곡에서 그녀는 열정적인 모습을 뒤로하고 매우 담백한 모습으로 노래한다. 이번에는 포크적 감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조니 미첼이나 트레이시 채프먼의 달달한 버전이라고 할까?
프랑스어로 노래한 “L’artiste 예술가” 같은 곡에서는 프랑스의 낭만적 정서로 가득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아마도 대중적으로는 이들 곡이 가장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다. 한편 “Afro Blue”에서는 그녀가 3개월간 머물렀던 발리섬에서의 기억을 담아 섬 원주민의 목소리를 배경에 넣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Baboushka 엄마”에 이어지는 “Petite Pomme 작은 사과”에서는 그녀의 프랑스어 노래와 피아노 연주자 알렉세이 아산치프의 러시아어 독백이 어우러져 묘한 우수를 자아낸다.
어찌 보면 매우 어지럽게 들릴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실제 감상에 있어서는 백화점식 구성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앞의 두 곡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다소 튀는 느낌을 주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곡들이 잘 어울린다. 이 모두 그녀가 빌리 할리데이, 니나 시몬 등에 기원을 둔 깊은 울림을 주는 창법을 바탕으로 마치 모노드라마를 하는 듯 매우 설득력 있게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각 곡마다 대상을 설정해 노래했다. 예를 들어 “Quiet Enlightenment”는 아버지를 향해, “All Together”는 모두가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노래이다. 그 대상을 따라 그녀는 절규, 속삭임, 흐느낌 등을 오가며 노래한다.
그녀의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담당한 알렉세이 아산치프의 조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루 타바노와 별도로 피아노 연주자의 리더 앨범이 제작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다.
확실히 루 타바노는 그 동안 ACT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부드러운 만큼 에너지가 덜한 보컬들과는 차별된 개성을 지녔다. 나윤선이나 솔베이그 슬레타옐 정도와 함께 분류될 수 있는 보컬이다. 앞으로 세기를 잘 조절한다면 보다 큰 주목을 받는 보컬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