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낯선 공간으로 안내할 공연
에그베르토 지스몬티가 4월 22일 금요일 저녁 8시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원래는 나나 바스콘셀로스와 함께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타악기 연주자가 지난 3월 9일 폐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단독 공연으로 바뀌었다.
에그 베르토 지스몬티는 기타를 주로 연주한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도 즐겨 하고 있으며 여기에 타악기, 플루트, 딜루바 같은 기타 류의 전통 악기 등도 필요에 따라 종종 연주한다. 한마디로 다중 악기 연주자이다. 여기에 매혹적인 목소리와 노래 실력도 지녔다. 따라서 혼자서만 연주해도 그의 음악은 지루함이 없다. 1979년의 <Solo> 앨범이 대표적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혼자서 기타, 피아노, 전통 악기, 보컬 등으로 어우러진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가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악기 연주를 잘 해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장르를 가로지르는 총체로서의 음악적 우수성 때문이었다. 1947년 브라질 리우 지 자네이로의 카르모에서 태어난 그는 5세에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후 10대에 기타와 플루트 등를 배웠다. 파리에서 유명 클래식 음악인들을 가르친 나디아 불랑제에게서 작곡, 편곡 등의 클래식 교육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브라질의 전통 음악과 재즈, 록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 결과 그의 음악은 고국 브라질의 음악적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재즈와 클래식, 록까지 아우른다. 나나 바스콘셀로스와 듀오로 함께 한 <Dança Das Cabeças>가 영국에서는 팝, 독일에서는 민속음악, 미국에서는 클래식으로 수용된 것이 좋은 예이다.
이 외에 리투아니아 스테이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피아노를 연주한 <Meeting Point>(1997)같은 앨범에서는 클래식적과 재즈를 동시에 맛보게 하는 한편 <Arvore>(1991)에서는 우아한 클래식 기타 연주와 서정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나나 바스콘셀로스와 듀오로 함께 한 <Dança Das Cabeças>(1977), <Sol do Meio-Dia>(1978), <Duas Vozes>(1985) 등의 앨범과 그룹 편성으로 녹음한 <Amazonia>(1993)에서는 원초적인 아마존의 열대 우림으로, 얀 가바렉(색소폰), 찰리 헤이든(베이스)와 함께 한 트리오 마지코의 앨범들에서는 브라질과 유럽을 아우르는 제 3의 이국적인 공간으로 감상자를 안내한다. 또한 <Dança Dos Escravos>(1989)에서는 기타 솔로로 평온한 오후 같은 풍경을, <Alma>(1996)에서는 피아노 솔로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의 우수 어린 풍경을 그려낸다.
이처럼 앨범마다 다양한 음악적 성향이 자유로이 펼쳐지는 만큼 그의 음악은 늘 감상자에게 미지의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 그의 솔로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최측은 알 지도 모르겠다.) 솔로 공연이라고 기타 연주만을 들려줄까? 적어도 피아노 솔로 연주는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음악적으로 어느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이국적인 동시에 서정으로 가득한 에그베르토 지스몬티만의 음악을 들려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음악적 자아가 공존하는 듯한 그의 내적 공간으로 관객을 이끌어 그 안에서 감동하게 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나나 바스콘셀로스와의 듀오 공연으로 예정되었었기에 이번 공연이 솔로 공연으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부분일 뿐 그렇다고 이번 공연이 반쪽자리 공연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게다가 이번 공연을 나나 바스콘셀로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펼치겠다고 하니 앨범으로 듣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