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바스콘셀로스(Nana Vasconcelos 1944. 8. 2 – 2016.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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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적이면서 세계적이었던 나나 바스콘셀로스

지난 3월 9일 브라질 출신의 타악기 연주자이자 보컬인 나나 바스콘셀로스가 세상을 떠났다. 1944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73세였다. 사인은 폐암. 2015년 진단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런 것이 갑작스레 병세가 악화되어 9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활동을 쉬지는 않았다. 이달만 해도 에그베르토 지스몬티와 함께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한국 서울로 이어지는 아시아 공연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의 사망이 더욱 안타깝다.

그는 1944년 8월 2일 브라질의 헤시피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주베날 지 홀란다 바스콘셀로스(Juvenal de Holanda Vasconcelos). 나나는 어릴 적 할머니가 부르던 이름이었다. 그는 먼저 기타 연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내 타악기에 빠졌다. 특히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브라질 전통 악기 베림바우 연주에 집중했다. 베림바우는 공명통 역할을 하는 조롱박이 달려 있는 활처럼 휘어진 나무에 묶여 있는 철 줄을 막대기로 두드리고 작은 조약돌 같은 것으로 음과 음색을 조절하며 연주하는 악기이다.

전통 악기를 연주했지만 그의 음악적 관심은 브라질 전통 음악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다른 음악과의 통해 자신의 음악적 외연을 넓히는 것을 즐겼다. 사실 그가 음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0년대 브라질 대중 음악계에는 젊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브라질의 기존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팝, 록, 재즈 등 외국 음악을 수용하고 문학적인 색채를 강화한 음악을 만드는 트로피칼리스모 열풍이 불었다. 나나 바스콘셀로스도 그런 영향 속에 있었다.

그가 브라질을 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0년, 당시 색소폰 연주자 가토 바르비에리가 그를 유럽 공연에 데려간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이내 가토 바르비에리 밴드의 타악기 연주자에 관심을 가졌다. 첫 앨범 <Africadeus>이 브라질 리우가 아닌 프랑스 파리에서 제작될 정도였다.

이후 그는 아릴드 안데르센, 랄프 타우너, 앤디 쉐퍼드 등 유명 연주자들, 특히 ECM을 대표하는 연주자들과 교류하며 브라질적이면서 세계적인 음악을 해나갔다. 그 가운데 이번 공연에 함께 하기로 했던 에그베르토 지스몬티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의 세 번째 앨범으로 에그베르토 지스몬티와 함께 독일 스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녹음한 <Saudades>(1979)가 대표적이다. 한편 돈 체리(트럼펫), 콜린 월코트(시타, 타블라)와 함께 그룹 코도나를 결성해 자유롭고 이국적인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연주자들의 앨범에도 자주 이름을 올렸다. 그의 파트너 에그베르토 지스몬티는 물론 잭 드조넷, 얀 가베렉, 존 존, 데이빗 샌본, 론 카터, 아르토 린제이 등 개성 강한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에 함께 했다. 재즈 외에 류이치 사카모토, 진저 베이커, B.B. 킹, 폴 사이먼, 로리 앤더슨, 토킹 헤즈, 데보라 해리(블론디) 등 팝, 록, 진보 음악 등의 유명인들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에게 제일 유명한 것은 팻 메시니와 함께 활동한 것이 아닐까 싶다. 팻 메시니의 석 장의 앨범에 참여했는데 그 가운데 <Offramp>(1982)에서 그의 연주는 앨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 팻 메시니는 “자신이 일렉트릭 악기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해 어쿠스틱 사운드와의 균형이 필요했을 때 그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브라질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재즈, 팝, 록 심지어 클래식까지 아우르는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앨범이건 타인의 앨범이건 매번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신의 연주와 노래를 통해 구현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브라질적이려 하지 않았다. 국적을 너머 아름다운 음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연주한 모든 것은 브라질적이었다. 그는 함께 한 연주자들부터 감상자까지 브라질의 이국적인 공간을 꿈꾸게 했다. 그렇기에 그의 죽음은 음악계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던 열대 숲 하나가 사라진 것과 같다.

이제는 그가 하늘에서 자유로운 연주로 천상의 음악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3 COMMENTS

  1. 흠..Saudades 앨범 앞부분을 듣다보니 불현 듯 장예모 감독의 (영웅)이란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거기서 비파연주를 배경으로 무림고수가 현란한 싸움을 펼치는데,^^ 저에겐 그 비파연주가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나저나 생사를 달리해서야 이런 훌륭한 연주자를 알게되다니…
    제 음악적 편협함도 돌아보게 됩니다.

    • 세상에 좋은 음악이 너무 많아서 그렇죠. 어느 선에서 멈추는 것이 사실 더 좋은데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늘 다른 앨범을 찾게 만드네요..ㅎ

    • 낯선청춘님은 레벨이 다르죠. 물론 숨은 고수들도 계시겠지만…
      암튼 저 처럼 특정 음반, 음악가만 들으려고 하는 사람은 반성을 해야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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