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주자 앙리 텍시에는 프랑스 재즈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나이 때문이 아니다. (1945년 생이다.) 음악적 무게감 때문이다. 늘 새로운 상상력으로 음악을 만들면서도 그의 음악은 갈수록 깊이를 얻어가고 있다. 아우라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다른 연주자가 비슷한 음악을 한다고 해도 뭔가 다른 압도적인 분위기가 그에겐 있다. 이것은 작,편곡과 베이스 연주 등 앙리 텍시에가 지닌 음악적 능력이 총체적으로 드러날 때 발산되는 것이다. 그런 중에 노장으로 새로운 후배를 발굴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후배에게 자신의 상상은 물론 음악 하는 법을 전한다.
3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음악은 역동적인 건강한 힘을 발산한다. 특히 그의 최고 앨범의 하나로 기억되는 <An Indian’s Week>(1993)에 이어 다시 한번 인디언을 주제로 한 상상을 펼쳤다는 것이 반갑다. 특히 이번 앨범은 인디언 가운데 현기증을 느끼지 못했던 북동인디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들 인디언들은 고소공포증 같은 것이 없었기에 뉴욕의 높은 빌딩을 건설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두려움 없이 자유로이 춤을 출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의 춤꾼(Sky Dancer)으로 불렸던 듯 싶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미국 인디언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그들의 언어, 자연을 존중하고 그와 소통하는 사고,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모습 등이 그냥 좋았던 것 같다.
하늘의 춤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들을 묘사하기 위해 어떤 음악적 장치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Mic Mac’, ‘Dakota Mab’, ‘Navajo Dream’, ‘Hopi’ 등 인디언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제목의 곡들이 보이지만 그것이 모여서 인디언을 그리기 보다는 각각의 곡들이 그가 생각한 인디언들의 어떤 부분을 사진첩처럼 제시하는 차원이다. 그리고 이것은 연주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작,편곡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먼저 만들어 연주를 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주 자체로 주제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낙관적이며 신비적인 인디언의 모습들을 생각하며 펼치는 포스트 밥 연주라 할까? 그래서 세바스티안 텍시에의 알토 색소폰 혹은 클라리넷과 프랑소와 코르넬루의 바리톤 색소폰이 주는 대비적인 맛, 선이 굵은 앙리 텍시에의 베이스 솔로, 공간을 확장하는 누옌 레의 기타, 아르멜 뒤파의 신화적인 맛을 주는 건반, 그리고 강렬한 힘으로 질주하는 루이 무땡의 드럼 등 연주자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는 동시 치밀한 호흡으로 하나가 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감상의 큰 재미로 작용한다. 여기에 이 정치한 사운드가 포스트 밥에 속하면서도 미국의 것과는 다른 유럽적인 분위기, 프랑스 내에서도 다른 연주자들과 구분되는 앙리 텍시에만의 색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감상의 중요 요소이다.
한편 지금까지 앨범 타이틀을 아예 밴드 이름으로 사용할 정도로 특별함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스카이 댄서 섹스텟이나 그룹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도 지난 2013년에 발매된 랭프로비스트 클럽 공연 실황 앨범 <L’Improviste>의 호프 쿼텟, 그러니까 두 색소폰 연주자와 자신 그리고 드럼 연주자로 구성된 쿼텟에 기타와 건반을 가세시켜 밴드를 구성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전 쿼텟의 확장판! 실제 사운드 자체는 이전 앨범과 상당한 연관성을 보인다.
끝으로 지난 앨범의 ‘Song For Paul Motian’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He Was Just Shining’을 통해 폴 모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을 언급해야겠다. 피아노, 기타 없이 기존 쿼텟 편성으로만 연주된 곡인데 유랑자적 정서를 자극하는 멜로디나 순수한 베이스 소리, 그리고 두 색소폰의 어울림 등이 앙리 텍시에의 가장 본질적인 매력을 잘 느끼게 해준다.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요..ㅜ
이 앨범도 좋지만, 앨범…정말 매력적입니다!
예. 선이 굵은 음악을 들려주죠. 말랑말랑함과는 거리가 있으면서 마음을 끄는 연주와 음악들…ㅎ
접때, 낯선청춘님이 인식안되는 특수문자 말씀하셨는데 잠시 잊고 있었네요..ㅜ
음~!! 맞아요. 제가 매력적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앨범은(L’Improviste)였습니다.^^
아 그 앨범이요. 좋죠. 사실 앙리 텍시에의 앨범은 대부분이 다 좋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