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에릭 트뤼파즈가 약 3년만에 쿼텟으로 돌아왔다. 근 10년간 그는 쿼텟 앨범을 단 3장 밖에 녹음하지 않았다. 대신 뮈크로프 등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즐겼다. 또한 이를 통해 새로운 소리를 찾으려는 듯 유랑적 자세를 유지했으며 만화를 주제로 새로운 상상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 본질은 그의 쿼텟을 통해 발현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매우 반갑다.
이전 마크 에르베타를 대신해 아르튀르 나텍(Arthur Hnatek)이 새로이 드럼 의자에 앉은 이번 쿼텟 앨범은 지난 10년여간 탐구한 음악의 결정체를 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보다 더 정확한 드럼 연주와 몽상과 도시적 감각을 넘나드는 건반, 사운드에 볼륨감을 부여하는 베이스 등의 트리오 연주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1990년대 말 일렉트로 재즈를 제시했던 때와 큰 변함이 없지만 여전히 신선하다. 하지만 에릭 트뤼파즈의 트럼펫은 훨씬 더 건조해졌고 우주적이 되었다. 어찌보면 아르베 헨릭센에 많이 가까워졌다고 보는데 아무튼 건조한 톤으로 담담함과 우수를 오가는 연주는 트리오와 대비를 이루며 상당한 극적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몇 곡에서는 보컬을 기용했다.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말리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로키아 트라오레와 역시 말리 출신으로 이미 에릭 트뤼파즈와 함께 한 이력이 있는 랩퍼 옥스모 푸치노가 참여했다. 그 가운데 네 곡을 노래한 로키아 트라오레는 순수하고 이국적인 보컬로 사운드를 낯선 공간으로 이끈다. 질감은 다르지만 트럼펫 연주자가 러시아, 멕시코 등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던 것을 연상시킨다. 한편 옥스모 푸치노는 초기 니아가 참여했던 시절-재즈 힙합이라 지금은 부른다지?-을 연상시킨다.
한편 이번 앨범은 10년 사이에 제작된 트럼펫 연주자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면을 띄고 있다. 원래 일렉트로 재즈가 새로운 질감의 사운드에 대한 연주자의 욕구 때문에 만들어졌다지만 사실 그 뒤로는 대중성에 대한 고민 또한 자리잡고 있었다. 초기 앨범들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이후 상상이 커지고 깊이를 추구하면서 그의 음악은 다소 추상적 성격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모처럼 음악과 대중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트럼펫 연주자를 알기 위한 첫 앨범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요즈음 피아노 소나타에 빠져있다가 들으니, 오~ 신선한 느낌이 물씬 듭니다!
월드 뮤직적인 느낌도 있고 일렉트로 음악의 느낌도 있고…아직은 신선도가 있는 스타일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