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들 – 앤드루 포터 (민은영 역, 문학동네 2015)

ap얼마 전에 읽었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인상 깊은 차에 최근 앤드루 포터의 첫 장편 소설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에 읽어보았다.

장편인 만큼 작가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원 개개인들의 사람들을 각각 그리는 것으로 장편을 구성했다. 물론 그들의 삶은 가족인 만큼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내용은 정리하면 단순하다. 이십년 이상 함께 살았던 엘슨과 케이든스 부부는 이혼해 있다. 그들은 각각 새로운 연인이 있다. 남매는 각각 독립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아들 리차드는 대학 졸업 후 제대로된 직업을 얻지 못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파티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문학적 소질이 있어 학업을 이어갈 것을 권유 받지만 스스로는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 딸  클로이는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가족이면서도 이제는 서로 소원한 채 각자의 삶을 살던 네 사람은 클로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퇴학을 당해  케이든스의 집으로 온다. 이를 계기로 네 사람은 자신의 삶, 가족에 대한 생각 등을 새로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네 사람이 함께 보냈던 과거의 평범한 날들을 그리워 하기도 하고 그것이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에 아쉬워 한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내용은 우리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통속적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뻔한 이야기를 싫증나지 않게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풀어 나간다. 사건의 핵심을 조금씩 공개하는 것, 네 사람의 이야기들이 서로 관련을 맺으며 진행되면서도 각각 그들의 입장에 동화되어 어느 한 쪽의 편을 쉽게 들어줄 수 없게 하는 것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말을 중간쯤부터 독자들이 이렇게 해결되겠지 하는 방향으로 내지 않는 것이 통속적인 내용을 새롭게 한다. 작가는 해체된 가족이 다시 모여 새로운 결속력으로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번 문제가 생긴 관계는 가족이라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힘이 듦을 보여준다. 즉, 부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채우려 하기 보다 없는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의 이런 생각이 비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가라고 하는 것에 가깝다. 그것이 두렵다면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균열이 시작된 그 지점에 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경고일 뿐이고 그보다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삶이 그대로 망하는 것이 아님을, 늘 새로운 삶의 길은 열려 있음을 생각하라는 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만약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네 사람은 모두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준 제공자로 마땅히 괴로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