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움을 찾다보니 가끔은 재즈를 들으면서 방향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생긴다. 과거와 현재가 완전히 단절되어 아예 다른 음악이 되어버린 느낌. 그럴 때면 고전을 듣는다. 그러면서 시간의 괴리를 확인하고 끊겼던 끈을 다시 연결하며 새로운 음악을 향해 나아가곤 한다.
에릭 알렉산더의 연주를 듣는 것도 비슷한 그렇다. 이 색소폰 연주자는 대단한 전통주의자이다. 그는 진짜 재즈는 50,60년대의 비밥,쿨,하드 밥으로 이어진 때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듯 늘 전통적인 연주를 펼쳐왔다. 그런에 이 경우 늘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될 위험이 있다. 전설에 도전해 그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존 콜트레인의 앨범과 에릭 알렉산더의 앨범 중 어떤 것을 먼저 들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이겨야 하는 것이다. 모순되게도 여기서 이기려면 과거와 다른 무엇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에릭 알렉산더는 과거회귀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래서 연주를 잘 한다는 평을 받지만 음악적으로는 실력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믿을만 하지만 그 이상의 새로움은 덜한 음악.
하지만 이번 앨범은 그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분명 전통적이긴 한데 그 안에서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전통적인 관점에서 연주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이 다르게 들리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게도 명도 때문이다. 그의 다른 앨범들보다 이번 앨범은 매우 밝다. 반짝거린다.
매우 단순한 이 질감의 차이는 정서적으로 매우 큰 다름을 만들어냈다. 전통을 존중한 연주가 주었던 교과서적인 느낌, 그래서 육중한 느낌이 제거되고 산뜻한 맛이 지배한 것이다.
그렇다고 사운드의 질감 차이를 믹싱이나 마스터링에서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Little Boat”같은 곡을 들으면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나는 두 노장 해롤드 메이번(피아노), 팻 마티노(기타)의 참여가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에릭 알렉산더가 동경하는 시대를 살았고 이후 쭉 그에 기반한 연주를 펼쳐 온 이 두 연주자는 전통에 대한 부담이 없다. 자신의 음악 자체가 전통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탄탄한 흐름 속에서도 사운드에 한줄기 바람 같은 여유를 부여한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해롤드 메이번의 피아노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니 에릭 알렉산더도 치열하면서도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로 솔로를 이어간다.
전통은 결코 숙제같은 짐이 아니다. 보존이라 함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상황의 지속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에릭 알렉산더의 이번 앨범은 그 즐김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확인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