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Made Object – GoGo Penguin (Blue Note 2016)

GP에스뵤른 스벤슨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와 유사한 스타일의 트리오가 참 많이 등장했다. 당장 생각하는 트리오만 해도 루스코니, 야콥 칼존, 헨릭 쿤데 같은 피아노 연주자가 떠오른다.

맨체스터에 근거를 둔 트리오 고고펭귄도 그 리스트에 넣어야 할 것이다. 이 트리오는 다른 누구보다 E.S.T의 스타일에 근접한 음악을 들려준다. 일렉트로 질감을 만들어 내는 리듬, 서정과 긴장이 어우러진 멜로디를 뿜어 내는 피아노, 상승과 하강을 조율하며 사운드를 두텁게 만드는 베이스 모두 E.S.T의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질감의 부분에 국한 되는 것일 뿐 상상력과 연주는 트리오만의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카피 밴드로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이번 세 번째 앨범도 마찬가지다. E.S.T의 것을 따르면서 그것을 과거로 하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 더 나아간 음악을 들려준다. 공상과학적 영화같은 공간감, 추락을 향해 상승하는 긴장감 모두가 매혹적이다. 특히 정해진 리더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호흡하고 전진하는 연주, 여기서 만들어진 단단한 양감을 지닌 사운드는 E.S.T와 상관 없이 매혹적이다.

필요에 따라 극적인 대비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일렉트로 사운드의 도움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트리오는 어쿠스틱 편성을 기본으로 연주했다. 피아노 트리오의 편성으로 전자적 질감을 만들려 했다는 것은 분명 다른 유사 트리오와 차별된 것이다. 또한 어쿠스틱 트리오로 그런 질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작곡을 시퀀싱 프로그램 등 전자적인 방식으로 한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 머리 속에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실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를 향해 전진할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연주 방식은 E.S.T보다는 일렉트로 재즈를 제시했던 에릭 트뤼파즈가 초기에 사용한 방식을 연상시킨다. 그 때 마크 에베레타의 드럼이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 이 트리오도 롭 터너의 드럼이 유사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앨범은 블루 노트에서 발매되었다. 나는 지난 2014년에 발매된 <v.2.0>을 매우 인상 깊게 들었다. 그래서 트리오가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영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곧바로 세 번째 앨범을 블로 노트에서 발매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그 사이 트리오가 매우 큰 음악적 진전이 있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러한 트리오 사운드의 가장 중심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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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뵤른 스벤슨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와 유사한 스타일의 트리오가 참 많이 등장했다. 당장 생각하는 트리오만 해도 루스코니, 야콥 칼존, 헨릭 쿤데 같은 피아노 연주자가 떠오른다. 맨체스터에 근거를 둔 트리오 고고펭귄도 그 리스트에 넣어야 할 것이다. 이 트리오는 다른 누구보다 E.S.T의 스타일에 근접한 음악을 들려준다. 일렉트로...Man Made Object - GoGo Penguin (Blue Not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