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찰스 로이드가 ECM이 아닌 블루 노트로 자리를 옮겼는지 모르겠다. 현 블루 노트의 수장인 돈 워스의 제안을 받아 그렇게 되었다고, 또 음악적 폭을 넓히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진정한 이유가 될 지는 모르겠다. 이미 ECM에서도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노장 연주자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그의 앨범만큼은 그 스스로 제작을 했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평소 부드러운 사운드를 좋아하는 맨프레드 아이허의 취향을 알게 모르게 반영하는 것이 싫었을 지도. 아무튼 그는 블루 노트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해 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앨범 <Wild Man Dance>로 성공적인 이적 신고를 마쳤다. 그래도 나는 그 정도까지는 ECM에서도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 색소폰 연주자를 존중하는 입장에서라면 몰라도 맨프레드 아이허의 취향으로는 ECM에서 발매되기 어려운 앨범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음악이 아주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나 연주로 본다면 최근 몇 년 사이 발매된 앨범들 가운데 가장 부드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컨트리, 포크 그리고 전통 찬송가(Hymns)가 앨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어느 앨범보다 강력한 미국 백인 음악의 색채를 띄고 있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노라 존스와 윌리 넬슨이 게스트로 등장하다니!
아마도 찰스 로이드가 블루 노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음악적 폭을 넓히고 싶다고 했던 말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을 기존과는 다른 공간에 놓는 것. 사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늘 자신을 새로운 장소에 놓고 (성공적으로) 모험하기를 즐긴다. 그래도 나는 찰스 로이드의 발언을 다른 장르의 차용보다 새로운 사유를 통한 새로운 형식의 창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낯설다.
한편 나는 색소폰 연주자와 함께 하고 있는 그룹 마블스 때문에 이런 생경한 음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즉, 찰스 로이드 혼자 했다면 달랐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마블스는 기존의 컨트리 웨스턴 계열의 그룹이 아니라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즉, 찰스 로이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찰스 로이드가 컨트리 웨스턴 계열의 사운드 위를 유영하기로 마음 먹에 된 것은 기타 연주자 빌 프리셀 때문이었다. 2013년 기타 연주자와 협연을 한 후 그는 둘이 함께 하는 앨범을 생각했다고 한다.
사운드의 질감은 다소 의외지만 감상의 즐거움은 이전 찰스 로이드의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건 그의 색소폰 연주는 매혹적이다. 그리고 감상자를 숙연하게 만든다. 굳이 비교 한다면 이전의 <Water Is Wide>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분명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곡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찰스 로이드의 모험이 다음에는 다른 방향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재즈가 미국적 색채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번 앨범의 질감은 너무 미국적이다. 그래서 미국 밖에서는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