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레아 들라리아는 미국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브로드웨이) 배우라 한다. 특히 게이 관련 퀴어 코미디로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여성임에도 외모와 옷차림은 남성같다.
한편 그녀는 재즈 보컬로서도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선 적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2001년 <Play It Cool>을 시작으로 틈틈히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그것도 길 골드스타인, 시머스 블레이크 등 재즈 쪽의 유명 연주자들과 함께. 이번 앨범은 그녀의 통산 다섯 번째 재즈 앨범이자 네 번째 스튜디오 재즈 앨범이다. 그런데 앨범에서 그녀가 노래한 곡들이 얼마전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의 곡들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Fame”, “Space Oddity”, “Starman”, “Let’s Dance”, “Life On Mars” 등 데이빗 보위의 히트 곡 12곡을 노래했는데 그 수준 또한 상당하다. 코미디언, 배우의 외도가 아닌 별개의 자아가 마음 먹고 재즈를 노래한 것으로 이해하게 한다. 어쩌면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에 미국 감상자들은 긴장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이전 앨범들부터 함께 해온 시머스 블레이크(색소폰)을 비롯해 스티브 카드나스(기타), 케빈 헤이스(건반), 토니 쉐어(베이스, 기타), 케니 월레센(드럼) 등 1급 연주자들의 지원 속에서 데이빗 보위의 곡을 노래하면서 그녀는 억지로 원곡을 재즈의 틀 안에 옮기려 하지 않는다. 형식이나 분위기 자체는 유지하면서 그에 걸맞은 재즈의 옷을 입히려 했다. 그래서 곡마다 가스펠, 블루스, 재즈가 적당한 비율로 어울리며 데이빗 보위를 새로이 느끼게 해준다.
느긋한 자세로 담담하게 부르는 그녀의 노래 또한 좋다. 데이빗 보위를 아주 다른 것으로 바꾸려 하지 않았으면서도 그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것은 그만큼 그녀가 데이빗 보위의 음악을 제대로 좋아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데이빗 보위의 음악에 동화한 후 다시 그 안에서 나와 자신의 노래를 부른 것이라 할까? “Suffragette City”에서 재니스 시겔과 함께 스캣을 펼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앨범을 데이빗 보위의 사망에 맞추어 상업적 관심을 노리고 제작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해 여름, 그러니까 데이빗 보위 또한 앨범 <Blackstar>를 제작할 때에 제작된 것이었다. 그만큼 데이빗 보위를 평소 좋아했다는 것인데 그에 걸맞은 매우 신선하고 매력적인 음악을 담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제가 주디스 버틀러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성정체성으로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녀 or 그.. 레아 들라리아는 목소리 자체가 너무 좋네요. 맑은 목소리는 아마도 타고난 것 같아요.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까..가스펠 송에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말씀한 가스펠 스타일의 곡도 잘 소화할만한 실력을 지닌 보컬이죠. 그런데 여성이 남성적인 외모를 추구하면 보통 레즈비언쪽과 관련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는데 실은 게이 대상 코미디로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젠더 관련된 부분은 아주 무지한 편이라서 아무튼 제겐 특이하게 다가옵니다. ㅎ
아…그게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리자면,
레즈비언보다는 게이쪽 문화가 더 많이 바깥세상(?)에 노출되어 있어서
그걸 코미디 소재로 다루었을때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싶습니다.
혹시나 이쪽 분야(?)를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좀 오래되긴 했지만,
제니 리빙스턴의 다큐멘터리 (Paris is burning)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저나 음악을 계속 리플레이 해서 듣게 되네요…
그럴 수도 있군요. 동성애 문화에서도 일종의 차별이 있군요. 파리는 불타고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런 것이었군요. 시간 되면 보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