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 Lonnie Smith (Blue Note 2016)

ls블루 노트가 돈 워스를 수장으로 맞이한 이후 명가로서의 위치를 다시 찾아가는 모양새다. 상업성을 위해 무늬만 재즈인 다른 장르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보다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앨범들을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르간 연주자 로니 스미스를 45년여만에 다시 부른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 오르간 연주자가 블루 노트에서 리더 앨범을 녹음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한 4년 정도에 걸쳐 5장의 앨범을 선보였다. 물론 그외 레이블의 다른 연주자들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블루 노트에서 활동했던 1960년대 말은 재즈의 정통적 시기라 말할 수 있는 비밥, 쿨, 하드 밥 시대의 끝자락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 그는 하드 밥의 한 분파였던 소울 재즈적인 성향의 연주에서 출발해 서서히 팝적인 성향의 펑키 재즈로 옮겨갔다. 즉, 재즈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정통이라 불리는 근대 시기의 붕괴에 일조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과격한 개혁주의자였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그가 블루 노트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아무튼 앨범에서 그는 로버크 를래스퍼(피아노), 조 로바노(색소폰), 조나단 크라이스버그(기타) 등 현대 재즈를 이끄는 여러 연주자들을 불러 60년대 후반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래서 시종일관 흔들리는 펑키 리듬 위로 넘실대는 오르간 솔로를 듣다보면 미공개로 남아있던 오래된 녹음을 뒤늦게 앨범으로 발매한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될 정도다. 블루 노트에서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었던 <Drives>(1970)과 함께 들으면 시간차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진화>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부분이 발전했다는 것일까? “My Favorite Things” 처럼 긴장이 조금 강조되어 포스트 밥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진보라 하기엔 곤란할 것 같다. 게다가 그 긴장은 결국 45년여전 연주에 의해 해소된다.

앨범 타이틀의 어색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앨범이 마음에 든다. 노장의 귀환 같은 역사적 의미 때문이 아니다. 게다가 이 노장은 블루 노트에서 45년여 만에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지 그 개인의 음반 이력을 보면 4년여만의 새 앨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다르게 보는 것은 그 전통의 현재성에 있다. 즉 수십년 전의 음악과 같지만 그것이 현재에도 여전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이 앨범을 단순히 과거의 재현으로 보지 않게 만든다. 나아가 이것이 새로운 연주자들과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어찌보면 앨범 타이틀이 말하는 “진화”는 오랜 시간을 통해 축적된 노장 연주자의 지혜가 새로운 연주자들에게 전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4 COMMENTS

  1. 그럼에도 이 앨범을 다르게 보는 것은 그 전통의 현재성에 있다. 즉 수십년 전의 음악과 같지만 그것이 현재에도 여전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이 앨범을 단순히 과거의 재현으로 보지 않게 만든다.
    ————————————–
    정말 다가오는 말씀 입니다 ^^ 그리고 이어지는 진화라는 의미에 대해서 청춘님만의 결론이 너무나도 마음에 듭니다. 저는 음악 들으러 오는게 아니라 글을 보러 오는 것 같네요.
    먼저 아비샤히 코헨 들어 봤습니다. 말씀대로의 음악이더군요. 아주 좋았습니다 ^^

    • 글보다는 음악이 먼저야 하겠지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듣고 쓰겠습니다. ㅎ 아비샤이 코헨의 앨범도 참 좋죠?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ㅎ

댓글

블루 노트가 돈 워스를 수장으로 맞이한 이후 명가로서의 위치를 다시 찾아가는 모양새다. 상업성을 위해 무늬만 재즈인 다른 장르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보다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앨범들을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르간 연주자 로니 스미스를 45년여만에 다시 부른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 오르간 연주자가 블루...Evolution - Lonnie Smith (Blue Not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