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트레인의 첫 리더 앨범이다. 보통 첫 앨범이라면 미완의 앨범, 녹음 당시보다는 그 이후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앨범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니면 아주 충격적인 앨범이거나. 존 콜트레인의 이 앨범은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완의 성격이 강한 앨범도 아니었다. 이미 나왔어야 할 앨범, 충분히 그럴만한 설득력이 있는 앨범이었다. 앨범 녹음 당시 그가 이미 뛰어난 실력파 연주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대 후반에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해 군대(해군) 복무 기간 중에 실력을 연마한 색소폰 연주자는 이 첫 앨범을 녹음할 당시 이미 사이드맨으로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상태였다. 게다가 사이드맨이었다지만 단지 리더를 돋보이게 하는 연주자가 아닌 리더만큼이나 강한 존재감을 지닌 연주자였다. 특히 1955년부터 1957년까지 전설로 남아 있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첫 번째 퀸텟 활동은 트럼펫 연주자와는 별개로 완성된 연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얻게 했다.
이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서 약물 문제로 해고되고 난 직후-약 한달 뒤- 인 1957년 5월 31일에 녹음 되었다. 평소 그의 연주를 지켜본 프레스티지 레이블의 제작자 밥 와인스톡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제작자는 오래 전부터 존 콜트레인의 리더 앨범을 제작하고 싶어했다. 당시 색소폰 연주자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서 해고되었지만 연주 활동은 쉬지 않았다. 4월 18일 피아노 연주자 타미 플라나건을 중심으로 한 앨범 <The Cats>을 녹음하고, 5월 20일 프레스티지 레이블의 실력파 연주자들과 함께 앨범 <Dakar>를 녹음하고 하루 뒤 그보다 한 세대 앞선 색소폰 연주자 폴 퀸체트와 앨범 <Cattin’ with Coltrane and Quinichette>을 녹음하는 등 한달 사이에 석 장의 앨범을 녹음했다. 하지만 제작자는 이들 앨범을 바로 발매하지 않았다. (이들 앨범은 후에 존 콜트레인의 리더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하지만 실제 연주는 리더가 확실하지 않았다. 색소폰 연주자가 큰 인기를 얻게 되어 상업적인 이유로 그의 이름으로 발매되었을 뿐이다. )
그래서 제작자는 진정한 존 콜트레인의 리더 앨범을 녹음하고 싶었다. 그것은 5월의 마지막 날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당시 존 콜트레인은 자신의 밴드를 갖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단 하루만에 이루어진 녹음임에도 여러 연주자를 불러야 했다. 그 결과 조니 스플론(트럼펫), 사히브 시하브(색소폰), 레드 갈란드, 말 왈드론(피아노) 폴 체임버스(베이스), 앨버트 투티 히스(드럼)이 스튜디오에 모였다.
피아노 연주자가 둘일 정도로 안정적이지 않은 멤버 구성에 쿼텟, 퀸텟, 섹스텟을 오가는 연주가 앨범 전체의 통일된 맛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앨범은 존 콜트레인의 완성된 연주를 제대로 담고 있다. 특히 쿼텟으로 연주한 “Violets for Your Furs”는 존 콜트레인의 대중적 인기를 견인했던 발라드 연주에서의 뛰어난 멜로디 감각을 만끽하게 해준다. 우울한 듯 하면서도 낭만적인 솔로, 차분한 레드 갈란드 트리오의 반주 등이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시절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한다. 이어지는 “Time Was”도 마찬가지다. 미디엄 템포의 리듬을 아래에 두고 촘촘히 음들을 쌓아가며 상승하는 솔로 연주를 펼치는데 그 가운데서도 정갈하게 정돈된 흐름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외에 여백을 만들며 연주하는 말 왈드론의 피아노가 부드럽게 흘러가는 레드 갈란드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While My Lady Sleep”에서의 솔로 연주도 이 당시 존 콜트레인 하면 떠 오르는 빠르기와 상관 없이 묵묵히 자신의 연주에 집중하는 사려 깊은 이미지를 확인하게 해준다.
한편 자작곡 “Straight Street”, “Chronic Blues”는 곡 자체로 본다면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당시 연주자가 만든 곡들이 그러하듯 완결된 구조를 지녔다기 보다 솔로 연주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는 듯한 곡들로 실제 테마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솔로 연주가 더 귀에 잘 들어온다. 또한 트럼펫, 바리톤 색소폰과의 어울림도 돋보인다. 그럼에도 존 콜트레인의 존재감이 돋보이는데 이것은 단지 그가 리더였기 때문이 아니라 솔로 연주의 흐름, 그리고 남들과 구분되는 그만의 톤 때문이다.
앨범의 첫 곡 “Bakai”는 긴장이 강한 테마로 인해 앨범에서 가장 특별한 느낌을 준다. 결국은 레드 갈란드의 솔로를 시작으로 긴장을 풀어내지만 삼관 섹션이 만들어 내는 테마의 긴장 만큼은 향후 펼펴질 색소폰 연주자의 화려한 비상을 알리는 전주곡 같다.
존 콜트레인으로서는 다소 늦은 첫 앨범이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리더 활동을 해 온 것과 비교하면 이것은 더욱 확실해 진다. 하지만 이 늦음은 존 콜트레인 본인의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앨범을 녹음한 후 곧바로 피아노 연주자 델로니어스 몽크 쿼텟 활동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아! 6곡 외에 이 날 존 콜트레인은 “I Hear A Rhapsody”를 녹음했다. 이 곡은 4년 후 앨범 <Lush Life>에 실릴 것이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흑..
아무 생각 없이 연주에 집중하는 듯한 하드 밥. 그래서 지금도 듣게 되는가 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