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일요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이아나 크롤의 공연을 갖는다. 두 번째 내한 공연이라지만 11년 만에 이루어진 공연이기에 첫 공연만큼이나 반갑다. 사실 그녀 정도의 인기라면 그 사이 몇 차례 공연이 있었어야 했다. 현 재즈를 대표하는 최고의 보컬이 아닌가?
최고의 인기 보컬
그녀는 1993년 앨범 <Stepping Out>을 발매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앨범은 고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그것이 명제작자 토미 리푸마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 결과 토미 리푸마의 지휘아래 <Only Trust Your Heart>(1995)와 <All For You>(1996)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단번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보컬이 되었다.
이후 그녀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미국 내에서만 골드, 혹은 플래티넘의 판매를 이루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가히 팝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였다. 지난 해에 발매한 앨범 <Wallflower>까지 그녀는 12장의 정규 앨범과 라이브 앨범 1장, 베스트 앨범 1장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6장의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10위안에 올랐다. 재즈 앨범 차트가 아니다. 대중 음악 모두를 아우르는 일반 앨범 차트인 것이다. 현재 재즈가 미국 내에서도 가장 인기 없는 장르가 되면서 음반 판매 또한 잘 되지 않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이는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대중의 취향에만 부합되는 음악만을 해온 것은 아니다. 재즈와 팝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Wallflower>는 분명 팝에 더 가깝다.-그래도 그녀의 노래는 백인 여성 보컬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었다.
그녀의 인기는 음악적 스타일보다는 그녀의 개인적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결이 느껴지는 스모키 보이스가 매력이다. 그녀의 노래는 때로는 포근한 벨로어 질감의 담요처럼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하고 때로는 영혼을 빼앗을 정도로 치명적인 관능미를 발산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성향으로 그녀는 감상자를 밀고 당긴다.(Swing!!) 여기에 화려함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연주 앨범을 녹음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의 안정적인 피아노 연주 또한 그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그녀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녀의 앨범들은 국내 작은 재즈 시장 안에서 늘 최선의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러니 11년 만에 이루어졌다는 이번 공연을 두고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앨범 <Wallflower>
이번 공연은 지난 해 2월에 발매된 앨범 <Wallflower>의 월드 투어 콘서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원래 이 앨범은 2014년 가을에 발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발매를 앞두고 다이아나 크롤이 폐렴에 걸려 몇 개월 쉬라는 의사의 권유를 따르게 되면서 발매가 미뤄졌다. 사실 제작은 완료된 상태였기에 앨범을 예정대로 발매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공연이었다. 앨범 발매에 맞추어 그녀는 미국을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계획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려워졌기에 앨범 발매를 2015년 2월로 미루었던 것이다. 글쎄.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그녀가 폐렴에 걸리지 않아 앨범 발매가 계획대로 이루어졌다면, 그에 맞추어 월드 투어가 진행되었다면 이번 내한 공연이 이루어졌을 지 모르겠다.
앨범 <Wallflower>는 그녀의 음악 이력에서 다소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팝 쪽에서 위대한 성과를 냈던 제작자 데이빗 포스터에게 제작을 의뢰했다는 것, 그에 맞추어 스탠더드 재즈곡이 아닌 팝, 록의 명곡들을 노래했다는 것이 그렇다. 또한 이전까지 그녀는 자작곡도 노래했지만 주로 스탠더드 곡들을 노래했다. 또한 스타일에 있어서도 빅 밴드가 되었건,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되었건, 콤보 편성이 되었건 재즈를 중심에 두고 노래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팝을 노래했기 때문인지 재즈보다는 팝적인 맛이 강하다.
그렇다고 나는 그녀가 단지 상업적으로 보다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팝 명곡들을 팝적으로 노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스타일 이전에 유년시절에 대한 그녀의 추억이 작용했다. 이미 직전 앨범인 <Glad Rag Doll>에서 그녀는 1920,30년대 보드빌 사운드를 완벽히 재현했었다. 여기에는 아주 어린 시절 이들 곡들을 들으며 느꼈던 살아보지도 않았던 1920,30년대에 대한 동경, 또 그런 동경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작용했다. 그것이 <Wallflower>에서도 다시 한번 작용한 것이다.
재즈가 대중 음악의 주변으로 밀려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즈 이전에 팝과 록을 들으며 성장한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앨범에는 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다. 된 만큼 그녀 또한 유년 시절에는 나 또한 재즈를 좋아하기 전이었던 유년 시절에는 팝과 록을 좋아했다. 그 결과 앨범에서 그녀는 마마스 &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을 시작으로 이글스의 “Desperado”, “I Can’t Tell You Why”. 레온 러셀의 “Superstar”, 길버트 오 설리번의 “Alone Again”,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10CC의 “I’m Not In Love”, 크라우디드 하우스의 “Don’t Dream It’s Over”등을 노래했다. 모두 설명이 필요 없는, 제목을 모르더라도 들으면 아하!하고 탄성을 지르게 될 명곡들이다. 그녀는 유년 시절 이들 곡들을 라디오에서 들으면서 따라 부르곤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수의 꿈을 꾸었을까?
세션 전체를 공개하다
발매 연기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는지 앨범은 처음부터 정규 곡 12곡에 두 곡의 라이브 연주, 정규 앨범에 실리지 못한 두 곡을 포함한 디럭스 에디션으로 발매되었다. 2015년 2월 발매 후 앨범은 이전 그녀의 앨범처럼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꼭 한국 공연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다시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던 나머지 4곡을 추가해 컴플리트 세션 에디션으로 새로이 발매되었다. 이번에 추가된 4곡은조니 미첼의 “In Case Of You”, 고든 라이트풋의 “If You Could Read My Mind”, 프레드 네일의 “Everybody’s Talkin’”, 닐 영의 “Heart of Gold”이다. 모두 포크(록) 계열의 싱어송라이터의 곡들이다.
이들 곡이 정규 앨범에 최종적으로 수록되지 못한 것은 음악적인 완성도 보다는 다른 곡들에 비해 이들 곡들이 원곡의 팝적인 맛이 더 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 이들 곡들은 기타가 중심에서 포크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원곡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If You Could Read My Mind”은 사라 맥라클란과 함께, “Everybody’s Talkin’”은 빈스 길과 함께 노래해 더욱 더 재즈적인 맛이 덜하다. 또한 <Live In Paris>앨범에 수록될 정도로 공연에서 종종 노래하곤 했던 “In Case Of You”마저 이번에는 팝적이다.
이처럼 이들 곡들은 디럭스 에디션에서 공개된 비틀즈의 “In My Life”, 몽고 산타마리아의“Yeah Yeah”와 함께 앨범 전체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컬로서 다이아나 크롤의 매력은 이들 곡에서도 유효하다.
어떤 곡을 노래할까?
앨범 <Wallflower>의 월드 투어의 일환인 만큼 나는 당연히 이번 공연이 앨범 수록 곡들로 채워질 것으로만 예상했다.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나는 그녀가 엘튼 존 조니 미첼, 밥 딜런, 비틀즈, 이글스, 마마스 앤 파파스, 10cc, 레온 러셀, 길버트 오 설리번, 크라우디드 하우스 등의 앨범 수록 곡 외에 그녀가 유년 시절에 좋아했던 다른 팝 혹은 록의 명곡을 노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예를 들어 그녀가 마이클 잭슨, 에어 서플라이, 라이오넬 리치 등의 곡을 노래한다면 얼마나 공연이 색다르겠는가?
그래서 다른 공연은 어땠는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예상 외로 <Wallflower>외에 이전 앨범 수록 곡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Temptation”, “Look Of Love” 등 이미 이전 앨범에서 노래했던 팝을 노래한 것은 그렇다 치고 “There Ain’t No Sweet Man That’s Worth the Salt of My Tears”, “Just Like a Butterfly That’s Caught in the Rain” 같은 앨범 <Glad Rag Doll>의 수록 곡, 그리고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So Nice” 등의 스탠더드 곡들이 노래된 것이다.
아마도 재즈를 하는 사람답게 공연 당일의 기분, 상황에 따라 노래할 곡을 결정하는 듯하다. 실제 경우에 따라서는 앨범 <Wallflower>의 수록 곡보다 다른 곡들을 더 많이 노래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번 공연에서 그녀가 어떤 곡을 노래할 지는 그녀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그녀라면 그녀의 오랜 지지자들을 생각해서라도 특정 앨범 수록 곡에 국한되지 않은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자주 볼 수 없는 공연인 만큼 관객이 직접 듣고 싶었을 법한 이전 앨범들의 수록 곡도 노래하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11년 전 공연에서도 당시 발매했던 앨범 <The Girl In The Other Room>의 수록 곡들로만 공연을 채우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어떤 곡을 노래하건 상관 없다. 어떤 곡이건 감상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 그녀에게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마저 말이다.
셤을 토욜일 다 볼 수 있게 되어서 공연 다녀왔습니다! 야호~
다이아나 크롤..은근 귀엽던데요.^^
템테이션…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조니 미첼곡 솔로로 부른 것도요.
아마 작은 재즈바에서 들었다면 감동은 훨씬 배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요..
아하. 다녀오셨군요. 축하합니다.ㅎ 예상대로 조니 미첼의 곡을 노래했군요. 이번 앨범 수록곡 외에 다른 곡들도 많이 노래했겠죠? ㅎ
제가 이번 앨범 수록곡을 잘 몰라서요..ㅋㅋ
하지만 대부분 익숙한 팝을 그녀 식으로 부른 것 같았어요.
제목에 버터플라이 들어가는 노래였는데, 오~~
근데, 그녀의 음색도 좋지만 피아노 연주와 세션맨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소리도 막 질러주고..그랬습니다.^^
Just Like a Butterfly That’s Caught in the Rain을 노래했군요. 이 곡은 이전 앨범 “Glad Rag Doll”에 수록된 곡입니다. 하던대로 이번 앨범 외에 다른 곡들을 종합적으로 노래한 듯 하네요.ㅎ
제일 좋아하는 재즈보컬인데…시험이 있어서… 어흑..
왜 하루만 하는 걸까요?! ㅠㅠ
이틀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모양이죠? 2월에도 시험을 치르시는군요.ㅎ
예..ㅜ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잘 위로하시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