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 조용했다. 낮 시간을 혼자서 보냈는데 모처럼이라 좋았다. 가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혼자라 해서 특별히 나를 돌아보거나 그런 유사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냥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고 또 그만큼 여유가 느껴져 마음이 편했다.
아주 놀지는 않았다. 셔츠와 바지를 다림질하고 설거지를 하고 책을 잠시 읽었다. 이런 소일로 시간을 보내며 모처럼 재즈가 아닌 소울을 들었다. 델포닉스, 스타일리스틱스, 스피너스 등 60, 70년대 인기 그룹의 음악을 들었다. 좋았다. 재즈만큼이나 소울은 겨울에 들으면 맛이 좋다. 특히 오래된 소울은 그 안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장작불에 천천히 달궈진 훈훈함.
그런데 이들 오래된 소울 음악을 듣다 보니 내가 톰 벨의 음악을 좋아함을 깨달았다. 버트 바카락만큼은 아니지만 톰 벨은 60,70년대에 많은 히트 곡을 작곡했다. “La-La (Means I Love You)”.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 “You Are Everything”, “Betcha by Golly, Wow”, “I’ll Be Around”. “You Make Me Feel Brand New” 등의 곡이 대표적이다. 그의 곡들은 대부분 위에 언급한 그룹들에 의해 노래되었다. 나는 사운드가 유사해서 저 그룹들의 음악을 같이 좋아하고 같이 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톰 벨이 좋아서 들었던 것이었다.
이들 곡들 가운데 오늘은 유난히 델포닉스가 노래한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에 꽂혔다. 델포닉스의 멤버들은 계속 “너를 매혹시키지 않았냐”고 묻는데 적어도 내겐 그랬다. 나도 모르게 흥에 겨워 되지도 않는 가성을 써가며 “Didn’t I~ Didn’t I~ “하고 따라 불렀으니 말이다.
정말 매혹적이 오후였다.
PS: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브라운아이드 소울의 “밤의 멜로디”를 들으면 톰 벨의 그림자가 강하게 느껴진다